[한반도 분단의 기원] [백세시대 / 세상읽기] “한반도는 왜 분단됐을까”
매체명 : 백세시대   게재일 : 2019.08.30   조회수 : 68
우리나라는 왜 70년 가까이 분단국의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까. 민족 자체가 못나서인가, 아니면 재수 없는 터에 살기 때문인가. 이런 원초적인 질문에 앞서 ‘우리는 왜 분단됐을까’하는 보다 근원적인 문제도 살펴봐야할 것 같다.

무릇 세상일은 당사자보다는 바깥에서 더 잘 보이는 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반도 분단에 대해 평생 연구해온 일본인 교수의 말을 들어볼 만하다.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명예교수(70). 그는 게이오대 교수 시절 일본 정부 자문역으로 50년 가까이 한반도 문제를 다뤘다. 게이오대 석·박사를 거쳐 연세대 유학 중이던 1972년 박정희 정부의 ‘10월 유신’을 접하면서 한반도 연구를 시작했다. 북한을 6회나 방문했고 일·북 수교협상에 나선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를 자문한 경력도 있다. 아무튼 그는 일본 최고의 한반도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한국 분단에 두 가지 계기가 있었다고 말한다.

하나가 원자폭탄이다. 1944년 10월, 소련의 스탈린이 구상했던 대일전쟁 계획은 ‘미군이 일본수비대를 남방제도에서 몰아내고 소련군이 일본지상군을 중국에서 몰아낸다’였다. 미군과 영국군이 노르망디에 상륙해 제2전선을 구축한 것처럼 소련군이 만주와 중국에 침공해 미국과 연합작전으로 대일전쟁에서 승리한다는 구상이었다. 당시 스탈린은 “북한의 여러 항구는 소련 지상군과 해군이 점령해야 한다”고 거듭 밝혔다. 블라디보스토크에 인접한 나진항이나 청진항에 관심을 보인 것이다. 그러면서도 미군의 상륙작전이 실시될 가능성을 배려해 서울 이남으로의 진격은 예상하지 않았다.

같은 시기 미국의 전쟁계획은 한반도를 일본열도나 만주와 구별해서 미·소 양국 군대가 수륙공동작전을 실시할 제3의 작전구역으로 상정했다. 한반도에서의 미·소 공동작전은 비현실적인 정치 우위의 구상이었다.

그러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폭이 투하되면서 정세가 급변했다. 원폭 투하가 미·소 간 군사적 균형을 다시 맞추게 했고 한반도 분단의 첫 번째 계기를 제공했다. 일본이 항복하면서 미·소는 육상작전의 경계선을 다시 설정하는 문제에 부딪쳤다. 이때 미군은 38도선은 아니지만 그 근처이면서 38도선을 따라가는 경계선을 책정했다. 이 경계선은 주둔하는 미·소 양국 군대의 충돌을 방지할 뿐만 아니라 일본군의 항복을 정식으로 수리하고 각자의 점령지역을 확정하기 위한 중요한 분계선이 됐다. 결국 트루먼 미 대통령은 한반도의 중심도시인 서울과 주요 항만을 포함하고 영국과 중국의 점령부대를 수용할 만큼의 여유를 주는 북위 38도선을 선택했다. 동시에 대외적으로 소련·영국·중국의 3정상, 즉 스탈린, 애틀리, 장제스에게 이를 통지했다.

두 번째 계기는 ‘냉전’이었다. 미·소가 폴란드·독일 문제만이 아니라 원자력 에너지, 대일관리기관, 불가리아와 루마니아 정부승인 문제, 이란·중국 문제 등에서 서로 양립하지 못하자 1946년 봄까지 냉전이 이어졌다. 그 결과 한반도에서도 미·소 양국 군대를 분리하려고 설정한 육상 경계선이 두 체제를 나누는 ‘철의 장막’으로 바뀌었다.

따라서 한반도 분단을 유발한 두 번째 계기는 냉전의 시작이었다. 분단은 두 대전의 틈바구니에서 태어난 ‘괴물’이었다. 유럽과 아시아에서 두 개의 적과 싸운 스탈린이 가장 두려워한 것은 사반세기 후에 독일이나 일본의 제국주의 내지 군국주의가 부활해 폴란드나 한반도를 대소 공격의 전진기지나 도약대로 이용하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미국 제국주의가 침략을 뒤에서 밀어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윌슨적 정치이념(민족자결주의)과 스탈린의 지정학적 불안감이 충돌한 불가피한 결론이기도 하다.

오코노기 마사오 교수는 결론적으로 “냉전이 없었다면 한반도 분단은 없었을 것이다. 당시엔 통일이나 독립을 위해 무력을 행사하는 것이 반드시 악은 아니었다. 미·소의 냉전 또는 개입이 없었다면 한반도에서 비교적 이른 시기에 민족주의자와 공산주의자 사이에 내전이 일어났을 것이고 소규모 전쟁으로 종결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코노기 마사오 교수의 저서 ‘한반도 분단의 기원’(나남출판사)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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