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정치인, 3金] “3김 리더십,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좋은 본보기 될 것”
매체명 : 중앙선데이   게재일 : 2021.07.10   조회수 : 330

“역사는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 중요하다. 과거를 잘 들여다보면 미래에 대해 배울 점이 참 많다는 걸 깨닫게 된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특히 오늘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우리 사회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슬기롭게 조율하고 최적의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지도자가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상황에서 3김의 경륜과 리더십은 좋은 본보기이자 참고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영삼(YS) 전 대통령과 김대중(DJ) 전 대통령, 김종필(JP) 전 총리 등 한국 정치사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3김’과 관련한 각종 자료와 취재 뒷얘기를 모은 책 『위대한 정치인 3金』이 지난 6일 출간됐다. 김인규 한국장애인재활협회장이 펴낸 이 책에는 저자가 1970년대 말부터 2010년대 초까지 KBS 정치부 기자와 정치부장·사장 등을 지내면서 지켜본 30여 년 3김의 역사가 빼곡히 담겨 있다. 김 회장은 “3김의 발자취를 함께 나누기 위해 소장 중인 모든 자료를 내년에 개관하는 국회박물관에 기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Q. 책을 내게 된 계기는.

A. “2017년 경기대 총장 취임 후 3김이 생전에 직접 써서 내게 건넨 휘호를 벽에 걸어놨더니 많은 분이 관심을 보였는데, 정작 대학생들은 3김이 누군지 거의 알지 못하고 있더라. 세대가 이렇게 단절돼 있구나 싶어 큰 충격을 받았다. 마침 그동안 써온 취재수첩 30권과 일기장 40여 권을 다시 꺼내 보니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3김 관련 비화가 꽤 적혀 있었고, 이걸 책으로 내면 세대 간 소통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겠다 싶었다.”

 

Q. 3김의 정치 스타일을 비교하자면.

A. “무엇보다 각자 개성이 뚜렷했다. YS는 한마디로 ‘부지런한 승부사’였다. 한번은 조찬 약속이 잡혀서 10분 전에 도착했더니 이미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래서 다음 약속 땐 15분 전에 갔는데 역시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더라. 부지런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였다. 1990년 ‘호랑이를 잡기 위해 호랑이 굴로 들어간다’며 3당 합당을 단행한 거나 대통령 취임 후 금융실명제를 전격 도입한 것도 승부사 기질의 결과물이었다.”

 

이에 비해 DJ는 ‘꼼꼼한 집념의 정치인’, JP는 ‘감성적 협상가’였다고 그는 회고했다. “DJ는 항상 꼼꼼하게 기록하는 습관이 있었다. ‘과격한 재야인사’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매사에 신중하고 만나는 모든 이들을 성심성의껏 대했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1971년 첫 도전 후 26년 만에 대통령에 당선된 것도 인동초에 비유되는 그의 정치 여정과 궤를 같이한다. 반면 JP는 군인 출신이면서도 미술과 음악에 조예가 깊었다. 그의 그림 60점을 모아 『JP 화첩』도 발간했는데, 모든 작품마다 당시 심정을 시적인 표현으로 적어 놓은 게 인상적이었다. 대화할 땐 시간 가는 줄 모를 만큼 흡입력도 대단했다.”

 

 

Q. 3김이 쓴 휘호를 모두 갖고 있는데.

A. “호칭부터 다른 게 가장 눈에 띄었다. YS는 1980년 6월 가택연금 중에 ‘대도무문(大道無門)’이라고 쓴 두루마리를 몰래 보내왔는데 김인규 ‘동지’로 적혀 있어서 ‘아, 말 그대로 타고난 정치인이구나’ 싶었다. 1990년 여름엔 DJ가 이순신 장군의 ‘한산도야음(閑山島夜吟)’ 스무 자를 정성스레 써서 전해왔는데 호칭이 ‘선생’이었다. 호남에서는 존경의 뜻을 담은 표현이라고 하더라. DJ 특유의 성품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몇 달 뒤 JP가 선물한 ‘시화세태(時和世泰)’라는 휘호의 호칭은 ‘부장’이었다. 3김 중에서 가장 ‘비정치적’ 용어를 사용한 게 평소 JP의 모습 그대로였다.”

 

휘호에 얽힌 뒷얘기도 소개했다. “우연히 전문가 세 분께 3김 휘호에 대한 감정을 부탁했더니 서예 솜씨는 만장일치로 JP가 최고라고 했는데 감정가격은 DJ 휘호가 가장 높다고 하더라. JP 글씨 감정가격과 네 배나 차이가 났다. 이유를 물으니 대통령이 되고 안 되고 차이 때문이란다. 현실 정치의 냉정함을 새삼 느꼈다.”

 

 

Q. 3김 정치의 시사점과 교훈을 찾는다면.

A. “3김 정치를 보스 정치로 폄하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격변의 정치 현실 속에서 오랜 기간 신망을 얻으며 나름의 족적을 남긴 지도자였다는 점에서 ‘보스’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3김의 역사를 재단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오히려 다소 흠결이 있었더라도 한국 정치에 남긴 업적을 객관적으로 조명하며 그들의 장점은 취사선택하는 게 미래의 한국 정치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정치 9단’으로 불린 데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지 않았겠나. 오늘날 정치인들도 배울 건 배우고 비판할 건 비판하면서 3김 시대를 능동적으로 뛰어넘어야 경쟁력 있는 리더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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