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정치인, 3金] “승부사 YS, 집념의 DJ, 협상가 JP… 3金 모두 배울만한 강점을 가졌다”
매체명 : 조선일보   게재일 : 2021.07.09   조회수 : 267

“미국 사우스다코타주(州) 러시모어산 암벽엔 링컨, 루스벨트, 워싱턴, 제퍼슨 네 명의 미 대통령 얼굴이 조각돼 있습니다. 후대에 귀감이 되는 배울 만한 지도자가 우리에겐 누굴까. 저는 ‘3金(김영삼·김대중·김종필)’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인규(71) 전 KBS 사장이 이달 ‘위대한 정치인 3金’(나남출판)을 펴냈다. 1973년 KBS 공채 1기 기자로 시작해 KBS 사장까지 30여년간 언론인 생활을 하며 바라본 고(故) 김영삼·김대중·김종필, 세 정치인에 대한 기록과 감상을 담았다.

현장을 뛰는 취재 기자로 살며 남긴 취재수첩 30권, 데스크로 남긴 일기장 40여 권을 집에 보관했다. 손바닥 크기의 취재 노트는 볼펜으로 쓴 깨알 글씨로 빼곡했다. 1979년 10월, 유신체제가 무너진 후 정치적 과도기인 ‘서울의 봄’이 날짜와 시간순대로 기록돼 있었다. 그는 “3金 시대의 개막은 민주화를 향한 열망이 폭발했던 ‘서울의 봄’과 맞물린다”고 말했다. 책은 서울의 봄부터 2004년 김종필의 정계 은퇴로 3金 시대의 막이 내리는 순간까지를 조망한다.

“경상도와 전라도, 충청도를 지지 기반으로 ‘지역감정을 부추긴 보스’라는 비판 의견도 있지만, 배울 만한 뚜렷한 강점들도 분명 있습니다.” 그가 평한 김영삼은 부지런한 승부사, 김대중은 집념의 정치인, 김종필은 감성적 협상가. 조찬모임에 늘 기자보다 20분 먼저 도착하던 김영삼은 대통령 취임 이후 승부사 기질을 발휘해 하나회 척결과 금융실명제를 이뤘다. 김대중은 탄압과 테러에 굴하지 않고 처음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지 26년 만에 대통령 꿈을 이루고 숙원이던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김종필은 군인답지 않게 수채화 화가로 활동하며 예술적 소질을 보였고, 1990년 ‘3당 합당’, 1997년 ‘DJP 연합’을 성사시키며 대선의 향방을 정했다.

그는 “휘호로 나타난 개성도 저마다 제각각”이라며 웃었다. 김영삼은 1980년 서울 상도동 자택에 연금돼 있을 때 그에게 ‘대도무문(大道無門)’이란 휘호를 전했다. 초년병 정치부 기자였던 그에게 ‘동지’란 호칭을 적었다. 1990년 정치부장 승진을 축하하며 김대중이 건넨 휘호는 이순신 장군의 시조 ‘한산도야음’. 20자가 되는 한문을 정성스레 썼고, 호칭으로 직급인 부장 대신 ‘선생’을 썼다. 같은 해 김종필로부터 ‘시절이 화평하고 세상이 태평한 살기 좋은 세상’이란 뜻의 ‘시화세태(時和世泰)’ 휘호를 받았다. 주관적이고 정치적인 호칭 대신 ‘부장’이란 직함을 썼다. 그는 “새롭게 단장해 내년 개관하는 국회 헌정기념관에 ‘3김’의 휘호를 모두 기증해 세 정치가의 삶을 젊은 세대에게 전하고 싶다”고 했다.

위대한 정치인 3김_앞표지.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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