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2013.12.18>김우창 "詩는 교사…기발한 이야기만 해선 안돼"('체념의 조형')
작성일 : 2013-12-18   조회수 : 2011
김우창 "詩는 교사…기발한 이야기만 해선 안돼"

| 기사입력 2013-12-17 16:31

희수 축하연 겸한 체험의 조형 출판기념 행사 열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문학, 특히 시(詩)는 국민의 교사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요즘은 기발한 이야기를 해서 눈에 띄어볼까 하는 시가 너무 많습니다."…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석학으로 꼽히는 문학평론가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가 요즘 문학 세태를 꾸짖으면서 문학의 소명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 교수는 17일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열린 자신의 저서 체험의 조형 출판기념 집담회(集談會)에서 "먼저 수신(修身)을 하다보면 나라에 도움을 줘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게 자연스러운데 반대로 평천하(平天下)하면 수신이 되는 것으로 착각하는 이들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학도 수신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말하면서 평천하까지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며 "하지만 요즘은 수신도, 평천하도 하지 않고 기발한 이야기만 해서 눈에 띄어볼까하는 문학이 많다"고 최근 문학 경향을 꼬집었다.

문학의 본질과 관련해서는 "문학은 자신의 체험에서 시작해 공통된 가치가 무엇인지 재건하려고 애써왔다"며 "문학은 고통과 행복 등 개인적 체험을 이야기하기 때문에 그것을 점검하면서 정치가 제대로 돌아가는지도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학과 이 시대의 소명까지 언급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전통 등 정신적인 것이 다 깨진 상태에서 새로 태어났다"며 "외양은 서양 비슷하게 근대화됐지만 속으로는 해야할 일이 많다. 정신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가 우리에게 맡긴 임무"라고 강조했다.

1977년 첫 저서 궁핍한 시대의 시인을 출간한 김 교수는 지상의 척도(1981년), 심미적 이성의 탐구(1992년), 이성적 사회를 향하여(1993년), 정치와 삶의 세계(2000년), 세 개의 동그라미-마음·지각·이데아 등을 통해 문학을 넘어 여러 분야에서 통찰력을 보여왔다.

여러 매체에 칼럼을 쓰면서 세상사에 날카로운 식견을 드러내 온 만큼 이날도 정치, 예술, 철학, 역사 등 여러 주제를 아울렀다. 이날 행사에는 문학평론가 김인환, 유종호, 김용희, 염재호 고려대 부총장, 진덕규 이화여대 석좌교수, 최광식 전 문체부 장관 등이 참석해 김 교수와 이야기를 나눴다.

김 교수는 최근 장성택 처형 등 북한에서 발생한 권력투쟁을 거론하며 "이데올로기를 떠나 사람이 이렇게 죽어도 되는가, 권력이 이렇게 싸우고 투쟁해도 되는가라는 느낌이 들 것"이라며 "직접적인 느낌이 이념적으로 느끼는 것보다 보편적이다. 그렇게 형이상학과 철학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통과 관련해서는 보존과 재해석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문화재를 복원한다는 말이 있는데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무시하는 말"이라며 "원상복구라는 단어는 말 자체가 불가능하다. 다만 옛날 것을 보존하되 오늘날에 비춰 재해석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그의 저서 체험의 조형 봉정식도 열렸다. 이 책은 문광훈 충북대 독문과 교수가 김 교수의 글 가운데 핵심만을 뽑아 담았다.

김 교수는 책 발간을 기념해 원고지 320매 분량의 서문 전체성의 모험: 글쓰기의 회로를 추가했다.

아울러 희수(喜壽, 77세)를 기념한 축하연도 마련됐다.

그는 "인생은 정말 아무것도 알 수 없으니 너그럽게 살아야 하고, 목숨을 받아서 사는 게 신비하니 겸손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현재에 즉(卽, 의거)해서 살아가야 하는 게 인생"이라고 말했다.

체념의 조형은 8년 만에 다시 출간하는 나남문학선 시리즈의 첫번째 책이다. 나남문학선은 1984년 이청준의 황홀한 실종을 시작으로 박경리, 이문구, 이문열, 황석영, 최인호, 김승옥 등의 소설집과 김지하, 황동규, 신경림, 고은 시인 등의 작품을 냈지만 2005년 43번째 책 김종삼전집(권명옥 엮음)을 끝으로 발간되지 않았다.

752쪽. 3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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