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2013.12.18> 한국의 지성 김우창 교수 ‘체념의 조형’ 출판기념회… “北 처형 보며 인간에 대해 재고찰… 괴로웠다”('체념의 조형')
작성일 : 2013-12-18   조회수 : 2134
한국의 지성 김우창 교수 ‘체념의 조형’ 출판기념회… “北 처형 보며 인간에 대해 재고찰… 괴로웠다”

입력:2013.12.18 02:34



한국의 대표적 지성 김우창(77) 고려대 명예교수가 17일 희수를 맞아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문학평론가로서의 숨결을 모은 문학선 ‘체념의 조형’(나남출판)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릴케의 시에서 따온 ‘체념의 조형’은 사람이 어떤 것을 인지할 때 그 인지능력의 주관성을 포기해야만 사물의 본질에 닿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김 교수는 인사말을 통해 “나는 평생 정치에서 좀 멀리하고 살아왔는데 옛 임금이 암행사찰을 할 때 임금의 얼굴도 모르는 농부들이 격앙가를 부르던 그런 시절이 좋은 세상이 아니겠느냐”면서 “요 며칠 사이 북한에서 사람(장성택)을 그렇게 죽인 사건을 보면서 인간과 인간의 조건에 대해 저절로 생각하게 되어 마음이 괴로웠다”고 말했다. 이어 “이걸 이데올로기로도 설명할 수 있는데, 1차적으로 권력 싸움을 벌이고 목숨을 앗아간 싸움 뒤엔 자기 정당성을 위한 이데올로기가 숨어 있다”면서 “이데올로기를 초월하는 직접적인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통이 붕괴되면서 서구를 수용했던 근대 100년사에 대해 언급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우리나라는 너무 많은 것이 깨졌기에 그걸 하나로 묶을 필요가 있었는데 그 묶음에서 이데올로기가 등장했다”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우리는 외형적으로 서양과 비슷하게 근대화됐지만 우리 안에는 너무 해야 할 일이 많아요. 거기에 기초해 우리를 정리해내는 게 우리의 책무이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자기 체험으로부터 출발해 사람들이 공통으로 갖고 있는 게 뭐냐를 세계적 수준으로 이뤄냈느냐에 대해서는 회의적인데, 그건 우리가 너무 많이 깨져 있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셰익스피어나 괴테는 서양의 자산인 동시에 세계의 자산인데 우리의 ‘춘향전’을 읽고 세계인이 감동 받기란 어려운 일이지요.”

그는 또 ‘정치로부터 멀어진 삶이란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정치로서 인생을 대체할 수 있다는 생각은 위험한 것이다”면서 “치국평천하를 하면 수신제가가 함께 온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라고 지적했다. ‘나이듦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선 “인생이란 알 수 없는 것이고, 허무에 닿아 있는 게 인생이므로 좀 더 너그럽게 살 필요가 있다”면서 “사람이 목숨을 받아 산다는 게 신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기념회는 유종호 대한민국예술원 회장과 진덕규 이화여대 석좌교수를 비롯해 오생근 서울대 명예교수, 염재호 고려대 부총장, 이남호 고려대 교수, 문광훈 충북대 교수, 최광식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학계와 언론계 인사 40여명이 참석해 콜로키움 형식으로 치러졌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 c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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