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13.11.09 >'책과 지식'- 진실과 사실 사이의 줄다리기 … 우리의 매 순간이 만우절일까
작성일 : 2013-11-12   조회수 : 2178
[책과 지식] 진실과 사실 사이의 줄다리기 … 우리의 매 순간이 만우절일까


[중앙일보] 입력 2013.11.09 00:24 / 수정 2013.11.09 00:24


진실은 없다. 기억과 말이라는 프리즘을 거쳐간 사실은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굴절되기 때문이다. 사실은 있을지 몰라도 그 누구도 진실을 확언할 수는 없다.

 천재 여류시인 윤세린과 그의 딸이자 연극배우·희곡작가로 활동했던 민은아의 삶과 죽음을 둘러싼 오해와 왜곡을 파헤치는 이 소설은 진실과 사실 사이의 팽팽한 줄다리기다. 주인공인 신문기자 한승애는 민은아의 죽음을 계기로 진실과 사실을 둘러싼 숨바꼭질에 뛰어든다.

 남성을 무장해제시키는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엄마(윤세린)와 딸(민은아)은 모두 세간의 구설에서 자유롭지 못한 존재였다. 남성들에게는 팜므 파탈로 여겨지며 동경의 대상이 됐고, 여성들에게는 질투의 대상으로 온갖 추잡한 소문의 진원지로 간주됐다.

 현직 신문기자인 작가의 분신인 듯한 한승애는 진실을 찾아가지만 끊임없이 길을 잃는다. 포장된 말과 엇갈린 진술은 겹겹이 덧칠한 물감처럼 그 아래에 예상하지 못한 다른 색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그 밑바닥에는 자신의 입장을 합리화하기 위한 거짓이 똬리를 틀고 있다.


 그렇기에 거짓말이 용인되는 만우절은 오히려 진실과 사실에 가장 근접한 순간일 수도 있다. 거짓말처럼 만우절에 세상을 떠난 민은아가 “내가 살고 있는 날들이 만우절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요. 만우절이 나를 속이고 있는 거죠”라고 말했듯.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매 순간이 만우절일지도 모를 터다.

하현옥 기자

http://joongang.joins.com/article/217/13089217.html?ct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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