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13.10.19>"책과 지식" 소설처럼 읽는 여자 프로 골퍼의 세계
작성일 : 2013-10-21   조회수 : 2394
[책과 지식] 소설처럼 읽는 여자 프로 골퍼의 세계

맨발의 투혼에서 그랜드슬램까지

성호준 지음, 나남 428쪽, 2만원

1990년대 후반 미국 PGA(프로골프협회) 투어의 인기와 상금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96년 프로 데뷔한 타이거 우즈의 출현이 결정적이었다. 한 해 전, 주춧돌이 먼저 놓여졌다. PGA 투어의 내면을 심도 있게 다룬 『A Good Walk Spoiled』라는 책이다. ‘골프는 망쳐버린 훌륭한 산책’이라는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의 말을 인용했지만, 이 책은 느릿느릿 걷다 막대기를 휘두르는 골프라는 스포츠의 매력을 보여준 책이었다.

 중앙일보 골프 담당기자가 쓴 『맨발의 투혼에서…』는 『A Good Walk Spoiled』의 LPGA(여자프로골프협회) 판 책이다. LPGA 투어에 대해 이렇게 깊은 성찰을 보여주는 책은 미국에도 없다.

 저자는 많이 공부하고, 많은 곳에 직접 가본 저널리스트다. 관련 역사책을 탐독하고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분석해왔다. 그의 또 다른 책 『골프는 인생이다』는 골프 인문학 서적으로도 손색이 없다.

 신간은 저자가 지난 1년간 미국 연수 중 LPGA 투어를 취재하고 쓴 책이다. 선수의 마음을 샅샅이 읽고 있는 것 같다. 소설처럼 술술 읽힌다. 그 예가 김인경이 기아 클래식에서 베아트리체 레카리와 연장전을 벌일 때를 묘사한 부분이다.

 “세컨드샷 자리에 가자 다시 빨간색 관중석이 눈앞에 다가왔다. 붉은 관중석은 흥분한 숫소를 향해 펄럭이는 투우사의 망토처럼 강렬해 보였다. (중략) 일반 선수라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승을 앞둔 선수라면, 가슴이 타들어가는 접전을 벌이는 선수라면, 이 붉은색은 흥분과 두려움을 의미한다.”

 흥미로운 부분도 많다. 한 때 레이디스 투어가 아니라 레즈비언 투어라고 불렸던 LPGA 투어의 뒷얘기, 또 한국 선수와 한국계 미국 선수들의 갈등, LPGA 투어를 주름잡던 골프 대디가 왜 사라졌는지도 엿볼 수 있다.

박원 J골프 해설위원

http://article.joins.com/news/option/article_print.asp?ctg=17&total_id=12899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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