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3.03.21>'이승만 평전' 쓴 오인환 전 공보처 장관
작성일 : 2013-04-03   조회수 : 2972
"左右 시선 말고, 인간 이승만을 보여 주고 싶었다"

퇴임 후 15년 역사공부 결과물… 생전 이승만 기억하는 마지막 세대로서 사명감이랄까
그의 정권, 권위주의 체제지 독재는 아니었다"

"2차 대전 후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한 유일한 국가이면서도, 우리는 건국(建國)과 산업화를 주도한 세력을 부정하는 모순적 상황에 빠져 있어요.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려면 새로운 국가 정체성을 만들어 가야 해요."

이승만과 박정희 두 대통령을 친일파, 반역자로 몰아붙이는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이 유튜브에서 조회 수 수백만건을 올리고 있고, 현대사를 오로지 독립과 친일이라는 잣대로만 보는 경직된 역사관이 퍼져 있는 현실에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책이 나온다.

퇴임 후 15년 역사공부 결과물… 생전 이승만 기억하는 마지막 세대로서 사명감이랄까
그의 정권, 권위주의 체제지 독재는 아니었다"
"2차 대전 후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한 유일한 국가이면서도, 우리는 건국(建國)과 산업화를 주도한 세력을 부정하는 모순적 상황에 빠져 있어요.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려면 새로운 국가 정체성을 만들어 가야 해요."

이승만과 박정희 두 대통령을 친일파, 반역자로 몰아붙이는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이 유튜브에서 조회 수 수백만건을 올리고 있고, 현대사를 오로지 독립과 친일이라는 잣대로만 보는 경직된 역사관이 퍼져 있는 현실에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책이 나온다.

이달 말쯤 이승만의 삶과 국가(나남)를 펴내는 오인환(74) 전 공보처 장관은 "우파는 이승만을 긍정하고 좌파는 끊임없이 폄하하는 좌우 역사 인식의 평행선만 이어지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책을 집필하게 됐다"고 말했다.

언론인이던 오 전 장관은 1992년 김영삼 민자당 대통령 후보의 특보로 정계에 입문했고 1993년 2월 공보처 장관으로 입각해 YS의 퇴임 때까지 만 5년간 최장수 장관으로 일했다. 1998년 퇴임 후에는 다른 일 없이 역사 공부에만 매진해왔다. 그는 "공직 생활 5년을 경험하며 리더십의 중요성에 눈뜨게 돼 역사 공부에 빠져들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조선 왕조에서 배우는 위기관리의 리더십 고종시대의 리더십 등의 책이 나왔다.

그는 이번에 내는 책이 이승만을 미화(美化)하는 책은 아니라고 했다. 예를 들어 독재 논란에 대해서도 다양한 정치학자들의 견해를 소개하고, 왜 독재로 가게 되는지 분석해 보여준다. 오 전 장관은 "이승만이 19세기 말 젊은 시절 독립협회 활동을 할 때 국민의 민도(民度)가 높아질 때까지 민주적 지도자가 10년 정도 끌고 가야 한다는 인식을 보이는데 그때 생각이 노년까지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이승만 정권을 독재 정권으로 규정하지는 않는다. 그는 "이승만 정부에는 독재를 위한 하부 기구가 없었고 만들 생각도 없었다"며 "연성의 권위주의 체제이지 정보기관을 이용해 강압 통치를 하는 독재 정권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책은 단순한 평전(評傳)을 넘어 한 권의 압축된 현대사 교과서다. 인간 이승만의 전 생애를 추적하는 심층취재 방식을 취하다 보니 사진을 뺀 본문만 웬만한 책 두 권 분량인 600쪽에 달한다. 오 전 장관은 "사실에 입각해 이승만의 역사적 실체를 복원했고, 마치 신문의 박스 기사처럼 역사의 흐름 흐름마다 핵심사안을 정리해 뒀다"고 말했다.

오 전 장관은 1964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정치부장 등 주요 부장과 편집국장 그리고 주필로 28년간 언론계에 종사했다. 기자로서의 감각은 책 곳곳에 녹아 있다. 그는 "주장이나 이론을 위해 필요한 팩트를 인용하는 학자들과 달리 전체를 심층적으로 취재하는 언론인들의 방식을 택했다"며 "그러다 보니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불편한 진실, 크고 작은 비사(秘事)도 꽤 찾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승만 대통령이 80세에도 새로운 영어 단어를 보면 손바닥에 써 두고서 외웠다거나, 이범석 장군이 미국 대사를 후려친 일화 등이 그 일부다.

김영삼 정부 5년간 권력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본 경험은 권력 행위를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는 "실제 권력의 움직임과 학자들이 책으로 보는 권력은 편차가 크다"며 "권력의 이너서클(inner circle) 주위에서 이면을 지켜본 경험은 이승만 정부를 좀 더 남들과 다르게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오 전 장관은 나름대로의 사명감도 피력했다. "우리 세대는 소년시대에 어른들이 이 박사, 우리 이 박사하는 말을 들으며 자랐고, 청년이 되어서는 4·19를 경험했다. 우리 이후 세대는 사실 이승만을 책이나 기록물로만 볼 수 있는 반면, 우리는 이승만에 대해 실감(實感)을 갖고 있는 마지막 세대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이제 이승만이라는 긴 터널을 빠져나와 다음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 현대사를 건설한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이 조우한 지점이라는 관점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을 조명하는 책을 써볼 계획이다."

신동흔 기자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3/20/201303200269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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