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2012.11.29>'알고 이용하자! 성년후견제도' 저자 인터뷰
작성일 : 2012-11-30   조회수 : 2709
"치매노인 갈수록 급증…성년후견제도로 보호해야"

저자 인터뷰 - 장애인 권리 찾는 박은수 법무법인 율촌 고문

가족 아닌 전문가도 후견인돼야 장애인 권리 폭 넓게 보호 가능 獨·佛은 30년전부터 시행

자신의 권리는 스스로 찾아야 하는 게 현실이다. 투표소에서 자신을 대변해 줄 정치인을 뽑을 수도 있고 사회 운동 방식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으로 자신의 권리를 찾기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 ‘지적·정신적 장애인’들이다. 신체 장애인의 권리는 미흡하나마 조금씩 신장돼 왔지만 스스로의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운 지적·정신적 장애인들의 권리는 제자리 걸음이었다.

이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 내년 7월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바로 ‘성년후견제도’다. 기존 금치산제도와 한정치산제도의 문제점을 고쳐 지적·정신적 장애인들의 권리를 보호하도록 했지만 아직은 생소하다. 18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며 법 개정에 앞장섰던 박은수 법무법인 율촌 고문 변호사(56·사진)가 이 제도를 알리고 후속 입법을 촉구하기 위해 《알고 이용하자! 성년후견제도》(나남)를 펴냈다. 28일 전화로 만난 그는 “치매 노인이 많아지고 모두가 장애를 가질 수 있는 현대사회에서 성년후견제도는 필수”라고 했다.

▶성년후견제도가 기존 제도와 다른 점은 무엇입니까.

“금치산·한정치산 제도는 장애인 당사자의 보호보다는 사회 전체의 거래 안전을 위한 제도여서 장애인 인권이 무시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장애 정도도 개인마다 차이가 크지만 금치산자 아니면 한정치산자, 두 범주로 나눠버렸죠. 성년후견제도는 장애인 개개인의 장애 정도를 가정법원에서 판정해 정도에 맞게 보호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지능이 크게 떨어지는 사람부터 일반인에 가까운 사람까지 다양한 차이를 반영한 거죠. 또 가족만 후견인이 될 수 있도록 했던 기존 제도를 개정해 전문 후견인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전문 후견인 제도의 장점은.

“가족은 장애인 본인의 이해와 상반될 수 있습니다. 그 예로 치매 노인 요양비를 적게 쓸수록 상속을 많이 받을 수 있는 경우가 있겠죠. 그래서 일본은 변호사나 법무사, 사회복지사가 주로 후견인을 맡습니다. 젊었을 때 자신의 후견인을 미리 지정해 놓을 수도 있죠. 법인도 후견인이 될 수 있도록 해서 후견 전문 사회적기업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다른 나라의 상황은 어떤가요.

“독일이나 프랑스 같은 선진국은 이 제도를 20~30년 전부터 시행하고 있습니다. 지적·정신적 장애인이나 치매 노인을 국민에서 제외하는 게 아니라 사회의 일원으로 수용한다는 인권의식이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도 2000년부터 성년후견제도를 도입했죠. 고령화된 현대 사회에서 치매나 지적 장애는 특수한 사람들의 문제가 아닌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반적인 일입니다. 또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는 사람까지 세심하게 살피는 수준에 올랐다는 증명입니다. 문명국가로 자부할 수 있게 하는 입법적 성취죠.”

▶용어들이 생소합니다.

“홍보가 부족합니다. 제가 책을 낸 이유죠. 국회도 손을 놓고 있습니다. 내년 7월1일부터 시행될 예정인데 아직도 후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요. 전문후견인의 자격을 어떻게 할 것인가 등 세밀하게 정할 것이 많아요. 이러다 준비 부족을 핑계로 시행이 미뤄질까 걱정됩니다.”

▶법조인으로서 평생 장애인 권리 찾기운동을 펼쳐왔는데요.

“제가 두 다리를 쓰지 못하는 소아마비 장애인입니다. 사법연수원을 마치고 판사로 임용될 예정이었는데 장애를 이유로 거부당했습니다. 그때부터 장애인 운동에 투신했죠. 6개월 만에 판사로 임용됐지만 판사로는 사회 운동을 오래할 수 없어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습니다. 지난 18대 총선에서는 민주통합당의 장애인 몫 비례대표 2번을 받아 국회에 들어가 장애인을 위한 입법활동을 했습니다. 성년후견제도는 그중 가장 보람 있는 성과입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type=2&aid=2012112900901&nid=910&sid=01063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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