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비즈니스 2013.11.25>'BOOK'- 이동환의 독서 노트
작성일 : 2013-12-05   조회수 : 2362
적응과 자연선택

생물학의 고전에서 향기를 느끼다

조지 C. 윌리엄스 지음|전중환 옮김|나남출판 | 336쪽|2만 원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는 현대 교양인의 필독서로 여겨진다.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를 쓰기 전 가장 많이 공부한 책은 바로 조지 C. 윌리엄스의 ‘적응과 자연선택’이었다. ‘적응과 자연선택’은 1966년에 처음 출간됐다.

여기서 ‘적응’은 생물학적 의미로, 이것을 지님으로써 생명체가 보다 잘 생존하고 번식할 수 있게 해주는 유전적 특징을 말한다. ‘자연선택’은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에서 만들어 낸 단어로, 생명 진화의 메커니즘을 표현한 말이다.

이 책이 생물학의 역사에서 가지고 있는 비중은 상당하다. 일단 다윈이 만들어낸 자연선택이 어떤 수준에서 이뤄지느냐에 대해 중구난방으로 해석해 왔다.저자가 이 책을 쓰기 이전에는 집단선택론이 우세했다. 집단선택론이 주장하는 논거를 한 번 보자. 포유류인 레밍(lemming)은 자연 다큐멘터리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하곤 한다. 주로 인당수에 뛰어든 심청처럼 물에 뛰어들어 자살하는 모습이 비춰진다. 레밍이 집단 자살하는 이유는 개체수가 급증해 먹이가 부족해지자 다른 레밍들이 살 수 있게 하는 이타적 행동이라고 해석됐다. 레밍의 자살은 적응된 전략이라는 것이다. 즉 일부가 자살함으로써 집단을 살린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어려운 시기에는 자살하라고 명령하는 유전자를 가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한 마리의 레밍이 돌연변이 때문에 자살하지 않는 유전자를 가졌다고 가정해 보자. 먹이가 부족해 다른 레밍이 자살해도 이 녀석은 오히려 풍부해진 먹이를 먹고 많은 자식을 남길 수 있다. 이 자식들은 모두 이런 얌체 돌연변이 유전자를 가지게 될 것이고 몇 세대가 지나지 않아 레밍 전체 집단은 어려운 시절이 와도 자살하는 유전자를 가진 개체는 없어지고 말 것이다. 이것이 집단선택론의 한계다.

저자는 이런 집단선택론이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자연선택의 단위는 ‘유전자’라고 주장한다.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생명체의 주인은 ‘유전자’이고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는 이 유전자를 옮기는 ‘생존 기계’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나아가 생명체는 자신의 유전자를 후세에 남기려는 ‘이기적인’ 존재라고 주장한다.

리처드 도킨스는 저자의 ‘유전자 관점’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 셈이다. 쉽지 않은 내용이지만 ‘이기적 유전자’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향기로운 책이다.

북 칼럼니스트 eehw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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