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3.03.02> 김황식 前총리, 소회 담은 책
작성일 : 2013-03-05   조회수 : 2903
[Why] 퇴임한 名재상 그가 본 세상은… 김황식 前총리, 소회 담은 책 내

새 양복을 입었습니다. 25만원짜리입니다. 전체 근로자 183명의 44%인 80명이 장애인, 그 가운데 중증장애인이 63명인 장애인 표준사업장 A신사복 제조업체에서 맞춘 것입니다. 가격도 저렴하거니와 장애인 근로자들이 일하는 보람을 갖고 정성 들여 지은 작품이라 생각하니 기분이 좋습니다. 총리라고 싸게 해주는 것이 아닌지 거듭 확인하여도 틀림없는 제값이랍니다….

지난달 26일 명(名)총리란 칭송을 받으며 퇴임한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책을 냈다. 연필로 쓴 페이스북, 지산통신<사진>(나남)은 김황식 리더십의 키워드였던 소통의 산물이다. 총리 재임 시절 100회를 이어간 연필로 쓴 페이스북에는 국정을 운영하면서 느낀 크고 작은 단상들을 소박하게 적어내려 갔다. 특히 폭염 속 쪽방촌, 장애인 사업장, 소록도 등 민생현장을 다녀와 쓴 글들이 호응을 얻었다. 페이스북 마지막 글에서 김 전 총리는 "페이스북을 통해 총리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생각을 전하고자 했다. 그 내용은 따뜻한 세상에 관한 것이길 바랐다"고 적었다.

광주법원장 시절에 쓴 지산통신에는 법률가로서의 소신과 더불어 김 총리 개인의 문화적 취향을 엿볼 수 있다. "우리 가요로는 정훈희의 꽃밭에서, 팝송으로는 사이먼 앤 가펑클의 Bridge over the troubled water를 좋아합니다. 그래도 조금 더 좋아하는 것이 클래식입니다. 좋아하는 곡이 너무 많아 이거다 내세우기 어렵지만 그런 곡 중의 하나가 마스카니의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중의 간주곡입니다…."

문청(文靑)이었던 전 총리의 서정 넘치는 글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학창시절 배운 시(詩)들을 거의 통째로 외다시피 했다는 김 전 총리는, 봄비 내리는 날 아침 변영로의 봄비와 이수복의 봄비를 둘 다 인용할 만큼 문학적 소양이 높다. 여름휴가 선물이라며 광주법원 직원들에게 건넨 유머는 썰렁하지만 따뜻하다. 친구에게 아침형 인간이 되라고 충고하자, 그 친구는 너는 먼저 인간이 되라고 충고했다는 식이다. 인세 전액은 사회복지시설에 기부된다.

김윤덕 기자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3/01/2013030100783.html
첨부파일 지산통신.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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