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2012.09.26>공영방송 재창조 책 펴낸 강형철교수
작성일 : 2012-09-26   조회수 : 3497
[이사람] “대선후보들 공영방송 정상화 해법 제시해야”

MB정부 방송 망가져도 너무 망가져 ‘MBC 민영화’ 거론도 기득권층 대변 디지털·글로벌시대 공익성 더 다져야

“이명박 정부 들어 제아무리 언론을 통제한다 해도 공영방송이 이렇게까지 망가질 줄은 몰랐습니다. 사회 발전의 흐름과 방송사 안 전문가들의 힘으로 스스로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최근 <공영방송 재창조>라는 책을 펴낸 강형철(50·사진)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25일 “공영방송이 이대로 가면 대선 국면에서도 공정 보도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와이티엔>(YTN) 기자 출신으로 공영방송 연구에 천착해온 강 교수는 디지털화와 글로벌화가 핵심인 융합 미디어 시대에 “공영방송은 공익성이 더 강화된 공영미디어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공영미디어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사주의 이해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불공정한 사회적 균형을 맞추기 위해 약자 편에서 바라보는 ‘적절한 공정성’, ‘적절한 불편부당성’을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공영방송의 핵심 가치”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공영방송 3사 노조의 장기 파업에 대한 사쪽의 대처 방식을 “열이 펄펄 끓는 아이들을 대하는 가짜 엄마들의 태도”에 비유했다. 진짜 엄마라면 아이를 살리려고 자기 몸을 던지겠으나 가짜 엄마들은 아이의 상태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는 얘기다.

그는 김재철 <문화방송>(MBC) 사장이 최근 민영화를 거론하는 것도 기득권층의 시각을 대변한 것으로 분석했다. “민영화되면 <피디수첩> 같은 권력을 비판하는 프로그램을 더 이상 만들 수 없다는 것을 뜻합니다. 공익 대신 돈벌이에 치중하는 사영방송에선 ‘안위’을 우선시해야 하기에 정권에 치명타를 날리지 못하게 되지요.”

강 교수는 공영방송들은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가 후보에 대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제대로 검증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중·동 등 주류 신문은 고령층과 영남 지역 등 보수세력을 대변하고 인터넷 매체를 비롯한 뉴미디어는 젊은층과 진보세력의 의중을 반영합니다. 이와 달리 중간층이나 부동층들은 주로 방송에 의존하기 때문에 공영방송의 공정 보도가 그만큼 중요합니다. 그러나 노조원들의 복귀 뒤에도 시용기자를 통해 방송사를 공장처럼 가동시키고, 그 결과로 불공정 보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는 대선 후보들이 공영방송 정상화 해법을 반드시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사회에서 제4부라고 부를 정도로 중요한 기능을 맡는 언론, 특히 공영방송들이 역사적으로 유례없는 장기 파업을 했고 그 후유증으로 해직자들이 양산됐는데 후보들이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나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을 보이지 않는다면 대통령 자격이 없습니다. 각 후보 진영에서 해직자 복직 등을 당연히 여론화해야 합니다.”

글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사진 류우종 기자wjryu@hani.co.kr

http://www.hani.co.kr/popups/print.hani?ksn=553324
첨부파일 강형철.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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