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12.09.11>'리바이어던' 책 소개
작성일 : 2012-09-11   조회수 : 3439
[느리게 읽기] 절대주권 확립해야 세계가 평화롭다

대학에서 사회과학을 전공한 기자는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한 그해 서양정치사라는 수업을 들으면서, 원서로 힘겹게 해독했던 토머스 홉스의 ‘리바이어던’(Leviathan)이라는 책을 잊을 수가 없다. 가나다순으로 돼 있던 출석부에서 맨 앞줄에 적혀 있던 탓에 전공 교수는 원서 해독 1번 타자로 ‘권○○ 학생’을 힘차게 불렀다. 준비를 제대로 못 했던 터라 일단 읽긴 있었는데, 5줄에 달하는 복문을 매끄럽게 해석하지 못해 후배들 앞에서 교수에게 핀잔을 들었던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이다. 이후 대학 동기들은 틈만 나면 ‘권 홉스’라며 놀려댔다. 홉스의 ‘리바이어던’ 복사본 원서를 들고 끙끙대던 복학생 시절 모습이 새삼 떠오른다.
그때로부터 17년이 지난 지금 기자가 되어, 창피를 당했던 원인제공자, 홉스의 리바이어던을 다시 집어든다.

홉스는 현실을 어둠이라고 묘사했으며, 목사였지만 술주정뱅이로 전락한 아버지 때문에 고통받은 인물이다. 개인사는 행복보다는 불행에 가까웠다. 다행히 부유한 삼촌의 도움으로 학업을 시작할 수 있었고, 뛰어난 지적 능력을 보인 그는 14세에 옥스퍼드 대학에 입학해 큰 학문적 업적을 일궈냈다.

‘리바이어던’은 1651년 작품으로, 정식 제목은 ‘리바이어던 혹은 교회적 및 정치적 국가의 소재형체 및 권력’. ‘리바이어던’은 구약성서 욥기 41장에 나오는 바다괴물의 이름이다. 통찰력이 뛰어났던 홉스는 국가라는 거대한 창조물을 이 동물에 비유했다. 성립 과정에 대한 여러 억측이 있으나 사실 홉스는 영국에 그때까지 주권의 소재가 명확지 않았던 사실이 내란과 혁명의 최대 원인이라고 확신했다.

홉스는 이 책에서 인간 분석을 통해 주권의 필요성을 논하고, 절대주권을 확립함으로써 인민의 안전과 평화를 달성할 것을 주장했다. 이 책은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는 국가는 자연인보다 강한 인공적 인간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권은 전체로 생명과 운동을 주는 인공의 혼이고, 위정자들과 그 외의 사법행정에 종사하는 관리들은 인공의 관절이고, 상벌은 신경이며, 개개인의 부와 재산은 힘이며, 인민의 안전은 그 업무이고, 고문관은 기억이며, 공평과 법은 인공의 이성과 의지이며, 화합은 건강, 소요는 병, 내란은 죽음과 연결시켰다.

제2부는 어떻게 해서 또 어떤 계약에 의해서 국가가 만들어지는가를 다루면서, 주권자의 각종 권리 및 정당한 권력 혹은 권위란 무엇인지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다. 제3부에서는 그리스도교적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해 기술했고, 제4부에서는 암묵의 왕국에 대해 말하며, 로마교회가 지상의 국가에 대해서 총지배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성경의 잘못된 해석에 의한 것이라고 로마교회를 통렬히 비난했다.

난해한 책이지만 어린이용, 청소년용 만화로도 나와 있는 정치철학 분야의 고전 중의 고전이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http://www.imaeil.com/sub_news/news_print.php?news_id=50401&yy=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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