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2012.08.25> '대한제국의 해외공관' 책 소개
작성일 : 2012-08-25   조회수 : 3253
[인문사회]일제가 빼앗은 대한제국 공관, 실제 매각액은 1만 달러였다

일제가 1910년 강제 매각한 주미 대한제국공사관이 102년 만에 고국의 품으로 돌아오게 됐다. 문화재청과 문화유산국민신탁은 “미국 워싱턴DC 소재 주미 대한제국공사관을 350만 달러(약 40억 원)에 매입했다”고 21일 밝혔다. 특히 조선왕조가 1891년 2만5000달러에 매입한 이 공사관을 일제가 1910년 6월 단돈 5달러에 사들여 경술국치일(8월 29일) 사흘 후에 미국인에게 10달러에 팔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공분을 자아냈다.

하지만 의문이 든다. 일제가 5달러에 빼앗은 건 그렇다 쳐도, 왜 2만5000달러에 사들인 건물을 고작 10달러에 미국인에게 팔았다는 것일까.

동아일보 편집국장을 지냈으며 국제한국연구원 이사 겸 연구위원인 저자는 “10달러에 공사관을 팔았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실제 매각금액은 1만 달러였다”고 이 책에서 밝혔다. 그는 일본 외무성 외교 사료관에 보관돼 있는 기밀문서들을 근거로 제시했다. 한일강제병합 전후로 해외 일본 공사가 일본 정부에 보낸 자료들이다.

1910년 11월 4일 주미 일본공사가 보낸 ‘구 한국공사관 부지, 건물 및 가재 등 매각의 건’ 문서를 보면 “미국인 풀턴 씨에게 주미 대한제국공사관 건물을 1만 달러에 매각했다”고 적혀 있다. 같은 해 12월 17일 조선총독부가 보낸 문서에는 “주미일본 공사에게 매도가격이 명시된 증서 1통을 보내달라고 요청했지만, 공사는 ‘가급적 매도 가격을 적지 않는 미국 워싱턴DC의 관례에 따라 형식적인 가격인 10달러를 적은 계약서만 있다’고 답했다”고 적혀 있다.

저자는 “일제가 조선 자주외교의 상징이었던 해외 공관을 서둘러 헐값에 팔아버리거나 폐쇄하려는 시도는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5달러, 10달러라는 액수로 매각한 것은 사실이 아니며 중요하게 다룰 사안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고종이 이 건물을 살 때도 매입증서엔 2만5000달러가 아닌 5달러라고 적었으며 또 고종이 일제에 5달러에 이 건물을 양도한다고 증서엔 적었지만 실제로 조선왕실과 일제 사이엔 한 푼의 돈도 오가지 않았다는 것.

저자는 일본 외무성 외교 사료관에서 찾은 기밀문서들을 토대로 주미 대한제국공사관뿐 아니라 프랑스 영국 중국 일본 등에 설치된 공관을 일제가 어떻게 처리했는지도 상세히 설명했다. 특히 일본의 대한제국공사관 폐쇄 작업이 1905년 을사늑약(일본이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한 조약)이 체결되기 1년여 전부터 시작됐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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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대한제국의 해외공관.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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