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레터] 나남신서와 한울아카데미
작성일 : 2006-09-18   조회수 : 16889
[편집자레터] 나남신서와 한울아카데미

인문·학술서 출판의 위기가 거론되는 요즘 특히 눈에 띄는 학술관련 총서가 ‘나남신서’와 ‘한울아카데미’입니다. 지난 1월 제가 출판팀장을 맡은 이후 두 총서가 저에게 전달되지 않는 주가 거의 없었습니다. 올해 들어 펴낸 신간이 나남신서는 43종, 한울아카데미는 70종이라고 합니다. 종(種) 수가 많을 뿐 아니라 “어쩌면 이렇게 특수 분야의 책까지 내나?”싶을 정도의 책도 들어 있습니다.
지난 1980년 4월 ‘희망의 철학’을 제1권으로 낸 나남신서는 이번 주 제1166권인 ‘커뮤니케이션과 세계질서’를 출간했습니다. 또 지난 1988년 7월 ‘새로운 범죄학의 흐름’을 제1권으로 낸 한울아카데미는 이번 주 제876권인 ‘성매매의 정치학’을 발간했습니다. 20년 안팎의 기간 동안 1000권 안팎의 학술서를 펴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대형 학술총서의 발간은 분명 큰 돈이 되는 일은 아닙니다. 초판 발행부수는 나남신서가 1000~2000부, 한울아카데미가 600~1000부 수준입니다. 물론 대학 교재나 일부 유명 외국 저자의 번역서는 수천~수만 부가 팔려서 출판사에 재정적인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초판을 소화하는데 몇 년이 걸리는 책들입니다. 그래서 계속 새로 찍는 학술총서를 보관하는 창고를 유지하는데도 골치를 앓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남들이 마다하는 딱딱한 책을 묵묵히 출간하는 이런 출판사들이 있기에 우리나라 학술서가 계속 나올 수 있습니다. 학술원와 문화관광부 등이 선정하는 우수학술도서에 두 학술총서는 많이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때로 학계와 사회에 중요한 메시지를 던지는 원로·중진 학자들의 묵직한 저서도 반갑습니다. 학계의 든든한 동반자 겸 후원자 역할을 하는 두 출판사에 박수를 보내며, 앞으로도 그 발걸음이 흔들리기 않기를 기원합니다.

이선민 출판팀장 smlee@chosun.com (조선일보 2006.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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