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철학자들의 생애와 사상] [이수은의 고전 노트] 소크라테스는 사실 ‘근육질 춤꾼’이었다
매체명 : 조선일보   게재일 : 2023.05.20   조회수 : 53

고전 읽기를 권할 때 흔히들 유익함을 거론한다. 재미없고 어려워도 입에 쓴 약처럼 이로우리라는 기대가 비싸고 두꺼운 책에 선뜻 지갑을 열게 만든다. 하지만 대부분 고전은 현대인이 생각하는 쓸모와는 무관한 관점으로 쓰였기에, 유용한 팁을 찾기란 무척 힘들다. 다만 하나 분명한 바, 읽어 어디 쓰겠다는 생각 없이, 정말로 아무런 목적 없이 그냥읽을 수만 있다면, 세상에 지루한 고전이 없다.

 

일례로,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서양 철학사라는 유명한 철학자들의 생애와 사상’(나남)을 보자. 2~3세기경 그리스 라에르테 출신의 디오게네스가 썼다고 하니 무려 원전고전인데, 막상 보면 놀랄 만큼 쓸 데가 없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서양 철학자들 가운데 발군의 추남이었던 소크라테스가 실은 상당한 근육질의 소유자였고, 그의 몸매 유지 비결은 연회에서 쉬지 않고 춤추는것이었단다. 댄싱머신 소크라테스라니, 명불허전 반전 매력이다. 또 만물의 근원을 물()이라고 했던 최초의 자연철학자 탈레스는 뙤약볕에서 운동 경기를 구경하다 더위 먹어 죽었다. 그렇다. 물이 이렇게나 중요하다.

 

철학사라기보다 철학자들의 연대기에 가까운 이 책에서 가장 유쾌한 부분은 견유학파(犬儒學派)의 대가인 시노페의 디오게네스’(이 책의 저자와는 다른 인물로 우리가 흔히 아는 그 디오게네스’) 와 관련된 일화들이다. 그가 정복자 알렉산드로스를 만났을 때, 소원을 묻는 대왕에게 햇빛을 가리고 있으니 비켜달라고 했다는 일화도, 플라톤이 디오게네스를 가리켜 미친 소크라테스라고 했다는 이야기도 모두 이 책에서 유래했다.

 

주로 실소를 자아내지만 감탄이 나오는 대목도 가끔 있다. 디오게네스가 포로로 잡혔을 때 적국 왕이 넌 누구냐묻자, “당신의 식을 줄 모르는 욕망을 찾아내는 탐색병이라고 답했고, 이에 놀란 왕이 그를 풀어주었다는 이야기. 질문한 자도 답한 자 못지않게 도덕을 아는 인간이었나 보다. 그나저나 이게 왜 철학사일까? 비밀은 제목에 이미 있다. 고대 그리스 로마의 철학자들은 그들의 생애로부터 사상을 구축했고, 현실과 동떨어진 학문이나 관념적 추구가 아닌 삶의 태도로써 그 사상을 실현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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