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현 회고: 대한민국 성찰의 기록] 김진현 前 과기처 장관 "좌우 이념 갈등에 꼬인 대한민국 정체성 바로잡아야"
매체명 : 한경문화   게재일 : 2022.12.08   조회수 : 87

'대한민국 성찰의 기록' 펴낸

김진현 과기처 장관

 

"우리나라 정체성 뿌리는 3·1운동

다양한 논의로 현대사 정립하고

끊임없이 개혁해야 번영 가능

 

김진현 과기처 장관 "좌우 이념 갈등에 꼬인 대한민국 정체성 바로잡아야"지난 5월 출간된 김진현(86·사진)의 회고록 <대한민국 성찰의 기록>이 한 달 만에 2쇄를 찍은 데 이어 곧 3쇄를 찍는다. 국내 인물의 회고록이 이렇게 화제가 된 건 이례적인 일. 그 배경엔 경계를 넘나들며 한국 현대사의 주요 장면을 목격한 그의 꼼꼼한 기록과 솔직한 서술에 있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이명박 등 전직 대통령부터 정주영 등 기업가, 남덕우 등 고위관료, 북한 김정일까지 자신이 만난 인물들을 가감 없이 평가한다. 실명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지난 7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에서 만난 그는 후세대를 위해 내 자랑, 내 궤적의 나열보다 내가 보고 겪은 것을 과오와 실수까지도 솔직하게 남기려 했다고 말했다. 나라의 원로라면 회고록을 통해 국민과 역사 앞에 진실을 고백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1936년생인 그는 만 31세의 나이로 최연소 동아일보 논설위원에 올랐고, 이후 과학기술처 장관, 한국경제신문 회장, 서울시립대 총장, 환경운동연합, 문화일보 사장,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건립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극심한 이념 갈등 등 오늘날에도 계속되는 한국 사회의 문제들이 6·25전쟁 후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정통성이 꼬인 데서 시작됐다고 진단한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은 19193·1운동에서 시작합니다. 그해 4월 수립된 상하이임시정부도 3·1운동 정신을 계승했지요. 해방 후 항일독립운동이 우리나라의 정체성이 돼야 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이승만 정부 초기만 해도 그 정신이 지켜졌다고 그는 설명했다. 다양한 독립 세력들이 내각과 국회에 참여했고, 일제강점기 때 관료였던 사람들은 고위직에서 배제됐다. 특히 1950530일 치러진 2대 국회의원 선거에는 백범 김구계 인사들도 거의 다 출마했다. 김규식계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25일 뒤 전쟁이 터지면서 모든 것이 엉망이 됐다. ‘중간파로 분류됐던 조소앙, 안재홍, 김규식 등이 대거 북한에 납치돼 끌려갔다. 전쟁통에 정부를 운영할 사람이 부족해지자 이승만 대통령은 일제강점기 때 관료 등으로 일한 사람을 끌어다 쓰기 시작했다. 최규하 홍진기 민복기 등이다. 그는 “6·25 난리를 거치면서 묻혀 있던 논란이 1987년 민주화 이후 다시 불거지면서 지금까지 혼란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1995~2011년 제헌의원유족회 창립회장을 맡았던 그는 유족들이 가졌던 한()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그는 대한민국은 항일독립운동하던 분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나라의 엘리트들이 사욕만 채우고 이들을 돌보지 않은 것은 큰 불행이라고 말했다.

 

본의 아닌 납북도 억울한데, 아버지가 북에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신원조회에 빨간 줄이 쳐지고, 여권도 못 얻어 해외 유학도 못 하고, 공무원이나 국영기업에 취직이 안 됐습니다. 반대로 친일파로 보이는 이들의 자식들은 고등고시로 공무원이 돼 출세하고, 유학 가서 박사 학위도 받고, 고관대작 대접을 받았지요.”

 

자신들의 치부 탓인지 한국에선 오랫동안 학교에서 현대사를 가르치지 않았다. 그 빈 공간을 극단적인 좌파 역사학자들이 채웠다. 이승만을 비롯해 과거 인물들을 다 친일파로 몰아붙였고, 혼란이 더욱 커졌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반대로 우파는 이승만을 지나치게 영웅시하고 김구를 폄훼했다. 보수우파인 백범을 좌파 쪽 인물로 만드는 우를 범했다는 지적이다. 그는 그렇다고 역사를 바로잡겠다며 정부를 앞세워 국정교과서를 만들려 해서는 안 된다민간에서 먼저 다양한 논의를 통해 우리 현대사에 대한 공감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대한민국은 어떨까. “역사의 사이클을 믿는 사람들의 관찰에 따르면 문화와 예술이 전성기를 누리면 그 나라는 이제 내리막을 걷습니다. 안정적인 정치를 기반으로 경제가 발전하고, 문화·예술이 번성하면서 마지막 사이클에 접어든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역사를 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한국도 끊임없이 개혁하고 창조하면 계속해서 번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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