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기독교인이자 군수사업가의 심상치 않은 예수 이야기....'소설 예수' 윤석철 작가
매체명 : 주간한국   게재일 : 2022.12.19   조회수 : 68

"예수는 메시아가 아닌 비폭력주의 혁명가"

역사적 기록 대신 편의적 '짜집기'가 된 성경 바로 잡고자 집필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부터 십자가 죽음까지 일생을 그린 대하 장편소설 '소설 예수'(7)7년간의 장기 연재 끝에 올해 완간을 맞았다. 그런데 책의 내용이 심상치 않다. 예수가 베들레햄이 아닌 갈릴리에서 태어났다고 하는가 하면, 예수는 십자가에서 내려진 적이 없다고도 하는 등 성서의 내용을 정면으로 거스른다. 심지어 소설 속 예수는 나는 메시아가 아니오라고 고백하기까지 한다. 이는 이단적 내용일까, 혹은 그저 공상 판타지 이야기일까.

 

책을 쓴 윤석철 작가는 40년 넘게 감리교에 헌신할 정도로 기독교에 깊이 몸담았던 인물이다. 올해 73세인 그는 평생 군수사업에 종사한 사업가이기도 하다. 그는 예수가 메시아가 아니라는 주장을 하기 위해 인생의 3분의 1 가량을 이 책의 집필에 바치고 장로 신분도 벗어던졌다. 그러면서 지금 성서가 신자들을 확보하기 위한 기독교계의 목적을 위해 교리에 맞도록 예수의 실제 일생 중 일부만 편집·윤색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과감히 말한다. 이런 모순이 실천적이고 혁명가에 가까웠던 예수의 실제 모습을 기독교인들로부터 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 같은 한계가 예수를 닮고자 하는 신앙의 걸림돌이며 기독교가 사회문제 해결 능력을 잃고 현대 사회에서 설자리를 잃고 있는 이유라고 주장한다. '소설 예수'는 비록 소설의 형식을 빌렸지만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인간 예수에 대한 연구를 담은 실제 연구라고 주장한다.

 

그가 책에서 그린 예수의 모습은 신학의 한 분파인 역사적 예수 연구의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해당 학문은 현재 신학 연구에선 주류가 아니다. 하지만 고희(古稀)를 넘긴 백발의 노신사가 평생 섬긴 교회를 뛰쳐나오게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또한 그가 그리고 싶은 역사적 의미의 예수는 어떤 모습일까. 눈이 내리던 지난 13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카페에서 윤 작가를 만났다.

 

작가 본인과 '소설예수' 책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올해 73세이고 34살이던 1983년에 청파감리교회를 섬기면서 40여년 신앙생활을 했다. 장로직을 맡기도 했지만 지금은 교회를 떠났다. 사회에서는 방위산업계의 기업을 경영하고 있다. 교회를 떠나면서 형제자매들에게 앞으로 장로라고 하지 말고 형, 오빠 혹은 동생으로 부르라고 했다. 하지만 워낙 신앙생활을 오래해서 여전히 장로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은데 다소 부담스럽다. '소설 예수'는 총 7권으로, 지난 2020년에 1권을 냈고 올해 7257권이 출판되면서 완결됐다. 책이 나온 기간은 3년이지만 2016년에 집필을 시작했고 2005년부터 자료 조사를 했기 때문에 작품을 위해 17년을 바친 셈이다. 수익을 낸다기보다는 현재 교회에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책을 썼다. 나남출판사에서 2000부를 찍었는데 이제 거의 다 나가고 2쇄를 준비 중이다. 지난 9월과 12월 두 차례 완간 기념 행사를 열어 독자들을 만나는 등 반향을 얻고 있다. 내년 114일에는 서울시 중구 정동에 위치한 정동1928아트센터에서 북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기독교계에 어떤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책을 썼나.

 

예수는 이 땅에 새 세상을 이루고 살자는 정치 운동을 이끈 혁명가였다. 예수는 예루살렘 성전의 독점적 제사행위나, 토라(구약성서의 모세5)의 유일성을 거부했다. 오히려 그의 관심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의 삶이었다. 그러나 교회가 내세의 구원에만 집중하다보니 활력을 잃었고 예수를 닮고 싶다고 말하지만 예수의 행적, 그의 혁명가적 모습을 조명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 예수를 잘못 알고 있다는 갈증이 쌓였다. '소설 예수'를 쓴 이후, 나는 기독교에서 예수를 풀어 놓아라’, ‘예수를 십자가에서 내려라라고 얘기하고 다녔다. 21세기의 인류사적 위기에서 기독교가 아닌 예수의 가르침이 길을 밝히는 등불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예수의 가르침으로 돌아가 몰려드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출발해야 한다.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신의 눈이 아니라 사람의 눈으로 바라보아야 방안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성서 내용이 예수를 잘못 알리고 있다는 주장인가.

 

기독교 교리의 핵심인 복음서는 사도 바울이 서신을 통해 고백한 우리 주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라는 고백이 옳다는 걸 전제로 하고 이후에 이를 교리적으로 해석하고 설명하는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성경에선 이런 맥락을 배제하고 4대 복음서(요한복음, 마태복음, 마가복음, 누가복음)를 앞에 배치한다. 현대 성경은 바울 서신을 읽기 전에. 그러니까 사람들이 복음서를 읽고 그 복음서의 눈으로 바울 서신을 해석을 한다. 따라서 복음서는 예수의 실제 행적을 팩트 위주의 역사를 기록한 전기가 아니라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이고 우리 주님이고 예수 그리스도라는 믿음을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실제 예수의 삶과 가르침은 혁명가적인 사상을 비폭력으로 이루고자 했으니 지극히 정치적인데, 이런 대목이 다 퇴색되고 교리만 남은 것이다. 로마 제국이나 그 당시에 지배층의 압박 등에 의해 예수가 가지고 있었던 혁명적인 정치사상이 다 빠지고 종말, 심판 등 종교적인 가치만 문서에 남게 된 게 문제다.”

 

'소설 예수'에서는 예수 일생에 대해 성서와 다르게 그린 에피소드가 있다고 들었다.

 

성경에서 예수는 십자가에 매달렸다가 숨이 떨어진 후 내려지고 무덤에서 장사 지냈다가 3일 만에 부활한다. '소설 예수'에선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려 있는 것으로 끝난다. 거기서 온 몸의 살점이 짐승에게 뜯겨 사람의 형체가 남지 않는다.

이런 차이는 역사적 맥락을 고려한 것이다. 십자가 처형은 당대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했던 처벌 중에 하나다. 십자가에 매달리면 피를 흘려서 죽는 게 아니고 숨을 못 쉬어서 죽는데 십자가에 매달릴 때는 옷을 다 벗겨 들개, 독수리 등 짐승들이 와서 뜯어 먹는다. 역사적 예수 연구(미국에서 시작된 신학의 한 분파로, 성경에는 후대에 꾸며낸 요소들이 있다고 주장하며 사료 등의 연구를 통해 성경을 비판)에 따르면 당시 로마에서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사람이 십자가에서 내려진 경우는 예루살렘 부근에서 발견된 어떤 젊은이의 복숭아 뼈 한 사례 뿐이다. 복숭아 뼈가 들어있는 사리함에 그 사람 이름이 써있었다. 이외에는 어떤 경우에도 십자가에서 죽은 사람을 내려놓지 않았다. 이런 십자가 처형의 특성을 감안하면 부활할 신체가 남을 수가 없다. 복음서에도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렸을 때 남자 제자들은 다 도망갔고 아무도 그걸 기록한 사람이 없다고 나온다. 예수가 십자가에서 내려졌을 거라고 얘기한 건 그야말로 복음서 저자의 희망사항이다.“

 

왜 교회를 떠났는가?

 

무기력한 제도종교가 싫었다. 특히 정치체제에 순응적인 기독교의 태도에 실망했다. 기독교는 현실 문제에 대해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이기보다는 수용적이고 내세지향적 관점에 머물러 있다. 한국 기독교의 주류는 사회가 아니라 나의 문제에 집착하면서 정치와 종교를 분리한다는 명분으로 오히려 정치적 무관심을 조장한다. 예수의 가르침과 행적을 종교적 관점에서 벗어나 정치 사회 문화 경제적 관점에서 다시 공부하기 시작했다. '소설 예수'2000년 전에 예수가 민주주의와 개인의 자유와 자율성을 외쳤는데 기독교가 이런 정신을 퇴색시켰다고 주장한다. 사도 바울과 28편의 복음서 중에서 바울이 쓴 데살로니카 전서가 가장 처음이다. 그 전에는 복음 기록이 없었다. 그것조차 서기 52년 예수가 죽고 20년 후에 바울이 서신서를 쓴 게 시작이다. 그리스도교가 뿌리 내릴 당시 지배체제는 예수를 철저하게 탄압했고, 결국 남은 신자들은 예수가 실천한 급진적 정치주장을 종교적 의미로만 해석하도록 강제하고 조작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윤색한 결과 현재 성서가 전하는 예수는 인류의 죄를 대신 짊어지기 위해 죽으려고 태어난 사람이 돼버렸다.

 

인간 예수를 고찰했다면 동정녀 마리아나 재림을 부정하는 것인가.

 

대표적인 게 예배에서 우리가 읊는 사도신경이다. 사도신경의 예수는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태어나 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은 후 십자가에 못 박혀 죽고 부활한다. 인간 예수의 인생에서 동정녀에서 태어나 죽음으로 바로 넘어간다. 사실 종교적 관점에선 예수가 뭘 했느냐는 중요하지 않고 그가 하나님의 아들이고, 부활 후 승천해서 하나님 옆에 있다가 다시 재림한 것, 이게 기독교에선 중요하다는 관점이 드러난다. 예수의 행동이 교리에서 뒷전으로 빠지니 신앙도 공허하다. 매주 일요일마다 교회를 가면 회개하는 기도를 하고 돌아온다. 그러면 이제 죄 다 용서받은 것 같다. ‘양심의 세탁행위다. 예수의 행동이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희생과 죄를 사하는 기능만 알려지니 신도들도 거기에만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앙생활에 위기감을 느낀 점이 집필의 계기인 것 같다.

 

"교회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고민한다. 교회가 맡을 역할이 남아 있는지 궁금했다. 역사적으로 교회가 맡았던 영역은 사회의 다른 기구나 조직에게 넘어갔다. 오로지 영적 문제, 종교적 문제에만 매달리면서 지난 2000년 동안 누렸던 교회의 지위를 앞으로도 유지할 수 있겠는가? 심리학, 뇌과학 등이 교회를 대체하는 시대가 오리라고 본다. 일전에 유명한 신학자인 목사에게 기독교 그리고 교회에 희망이 있다고 믿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는 '모든 게 시효가 있죠'라고 했다. 성직자들도 위기감을 느낀다는 이야기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가 어떻게 바다를 걷는 얘기를 믿으며, 어떻게 '오병이어'의 기적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있을까. ‘상징이라는 걸 알지만 문제는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상징인지 이미 21세기를 살아가는 기독교인들은 혼돈 속에 빠져 있다."

 

앞으로 작가 활동 계획은?

 

"지금 만 나이로 72살을 넘어 73살에 접어들었다. 시간과 건강이 허락한다면 예수 이후의 얘기를 소설로 쓰고 싶다. 기독교가 어떻게 시작됐는지에 대한 부분도 들어간다. 그러나 큰 틀에서 예수가 제시했던 혁명적 정치사상이 어떻게 배제되고 표면에서 사라졌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윤석철 작가 약력

 

19506월 충청남도 공주군 출생. 서울에서 보성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70년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했다. 1976년 방위산업체에 입사해 직장 생활을 3년여 했고, 1979년에 회사를 차려 독립해 지금까지 43년째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1년 중 반 이상을 유럽 등 해외에 체류하면서 영감을 얻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아시아 대륙과 세계적 평화와 안전에 대해 연구했다. 이런 경험과 이해를 바탕으로 2005년부터 2년 여 기간에 <한국일보> 지면과 인터넷 <한국아이닷컴>에 객원기자로 활동하며 '무기 전쟁 그리고 인간'이라는 제목의 기명 칼럼을 매주 1면씩 게재했다.

 

 

 

소설 예수 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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