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이 길을 열다] 김병일 도산서원장 “퇴계 선비정신, 한국 정신문화 대안”
매체명 : 조선일보   게재일 : 2022.09.19   조회수 : 152

퇴계의 철학을 통해 타인을 배려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배울 수 있죠. 돈 보다도 더 중요한 가치, 즉 사람다운 삶이 어떤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퇴계의 삶에 담겨 있습니다.”

 

19일 서울시청 시민청. 김병일(77) 도산서원장은 뜻이 길을 열다’(나남)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퇴계 정신의 중요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번 책은 퇴계 이황을 다룬 그의 네 번째 단행본이다. 그는 퇴계처럼: 조선 최고의 리더십을 만난다’(2012) ‘선비처럼’(2015) ‘퇴계의 길을 따라’(2019)등의 책을 통해 퇴계의 삶을 조명해왔다. 김 원장은 이번 책엔 퇴계 선비정신의 현대적 가치를 담아냈다이기주의와 물질만능주의가 심화되는 지금, 퇴계 정신에 입각한 인성교육을 통해 인간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김 원장은 1971년부터 34년간 통계청장, 금융통화위원, 기획예산처(현 기획재정부)장관 등을 거친 경제 관료 출신. 2005년 공직을 떠나기 전까지만 해도 퇴계의 철학보다 숫자로 가득찬 자료들에 익숙했다는 그는 이제 퇴계 전도사로 통한다. 서당 답사 모임을 계기로 퇴계의 삶에 빠진 그는 2008년 경북 안동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 이사장을 맡게 됐고, 이후 도산서원 원장까지 겸하며 퇴계의 고향 안동 도산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올해 초엔 퇴계의 선비정신을 가르치는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을 다녀간 수련생이 누적 100만 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김 원장은 자신의 부족함을 반성했던 퇴계의 겸허함이야말로 현재 한국 사회에 필요한 자세라고 말한다. 그 어떤 때보다 정의를 말하는 사람이 많은 지금이지만, 오히려 사회의 갈등과 반목은 커져가고 있기 때문. “퇴계는 어찌 자신만 옳다고 할 수 있겠나라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겸손을 실천했던 인물이죠. 퇴계는 자신보다 나이도, 직위도 한참 낮은 고봉이란 학자와 8년 동안 서신을 교환했는데,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갖고 있는 그를 고마운 동반자라고 생각하고 항상 진지하게 대했습니다. 그 덕에 둘의 학문이 발전할 수 있었죠.” 자신의 부족함을 먼저 돌아볼 줄 아는 것이야말로 퇴계의 삶에서 배우고 실천해야 할 지혜라는 것이 김 원장의 설명이다.

 

바른 인성과 공감능력을 키우려면 오륜(五倫)을 실천해야 합니다.” 김 원장이 강조하는 퇴계의 선비정신은 유교에서 말하는 5가지 덕목인 오륜의 현대적 실천이다. “’부자유친(父子有親)’의 경우, 부모는 존중하고 자녀는 공경해야 합니다. 많은 부모들이 자식을 사랑하면서도 공부하라고 몰아세워 스트레스를 주는 경우가 많죠. 그보단 스스로 선택을 할 수 있게 자녀를 존중하는 것이 현재에 맞는 실천입니다. 그럴 때 공부는 물론 자녀의 공경 역시 따라오죠.” 조선 선비들의 지혜가 지금까지 유효하며, 이를 통해 존경받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 김 원장의 말.

 

김 원장은 책에서 퇴계의 삶은 배운 것을 그대로 실천하는 지행병진(知行竝進)의 삶이었다고 썼다. 제자의 인격을 존중하고, 하녀의 자식까지 배려하며 살았다는 퇴계. 김 원장은 이런 퇴계의 마음가짐이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정신적 가치라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술은 발전하고 우리는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지만 오히려 정신문화는 빈곤해졌죠. 겸허함와 배려를 보여준 퇴계의 선비정신은 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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