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하게 소박하게] [논설실의 서가] 물질만능 어리석음 일깨우는 산골 스님
매체명 : 디지털타임스   게재일 : 2022.03.16   조회수 : 114

단순하게 소박하게

전충진 지음 / 나남출판 펴냄


현대문명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수행 방식을 지켜 나가는 어느 수행자의 이야기다. 1982년 속리산 복천선원으로 출가하여 해광(海光)이라는 법명을 받은 육잠(六岑) 스님은 31년 전인 1991년 전기도 전화도 없는 경남 거창의 가북 골짜기로 들어가 '두곡산방'이란 수행처를 만들었다. 그곳에서 스님의 생활은 담박(澹泊)한 일상 그 자체였다. 낮에는 지게 지고 농사를 지었다. 밤이면 선시(禪詩)를 펼치고 먹 갈아 글 쓰고 그림을 그렸다. 누가 산방을 찾으면 직접 딴 산야초를 말린 차를 나누고, 인연을 맺은 이들에게는 전화 대신 직접 만든 편지지와 편지봉투로 안부를 전했다. 물론 수행자로서의 정진에도 치열했다. 자신이 죽고 난 후 화장에 쓸 나무인 '다비목'(茶毘木)을 직접 준비하며 '오늘이 내 생의 마지막 날'이라는 각오로 하루를 보냈다.

 

20여년 전 저자는 단골 찻집의 벽에 걸려있는 육잠 스님의 서예 작품을 보았다. 획이 가늘면서도 뻐대가 강해보이는 글씨였다. 특히 글씨에 속기(俗氣)가 없는 것이 가슴에 와닿았다. 이후 찻집 주인의 안내로 두곡산방을 찾은 저자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좀더 큰 것, 좀더 높은 곳, 좀더 편한 것에만 관심 있었던 저자에게 스님의 삶은 어깨를 내리치는 죽비와도 같았다. 스님과 함께한 시간을 통해 저자는 도시 생활에서 갖게 된 욕망과 악착스러운 마음에서 조금씩 풀려나는 자신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저자는 자신이 경험한 치유의 시간을 많은 이들과 공유하기 위해 책을 썼다고 한다

책은 육잠 스님이 가북 골짜기 덕동 마을에 처음 발을 들인 1991년부터 그곳을 떠난 2012년까지의 일상을 담고 있다. 스님이 만든 돌담과 구들장, 해우소 안 나무로 만든 화장지통, 쟁기질을 할 줄 몰라 그냥 친구로 삼은 암소, 벌통 놓고 실랑이를 벌였던 두꺼비 등에 관한 이야기들은 속(俗)을 떠나 구도자의 삶을 사는 스님의 일상을 잘 드러내고 있다. 스님의 반농반선(半農半禪) 삶은 도시의 생활자들에겐 한 줄기 청량한 바람으로 다가온다. 독자들은 영혼에 큰 울림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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