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길준의 사상 세계] 저자 이혜경의 ‘유길준의 사상 세계: 동아시아 문맥과 지적 여정’
매체명 : 한국강사신문   게재일 : 2022.02.25   조회수 : 74

《유길준의 사상 세계(나남, 2021.02.20.)》. 대한민국 역사의 선두에 선 유길준의 사상 세계. 문명개화의 시기, 변화의 선두에 선 유길준의 뜨거운 분투. 19세기 말 조선, 최초의 유학생 유길준은 변화의 선두에 서 있었다. 그는 기존의 것과 새로운 것을 공존시키려는 분투 속에서, 피하기 어려운 불협화음을 묵묵히 견디며 자신의 시대를 성실히 마주하려는 사람이었다.

이후 조선에서 서양 근대문명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일은 그가 열어 놓은 길 위에서 출발했다. 이 책은 유길준이 당대 조선인을 대표하여 서양 근대문명과 일본을 어떤 관점에서 이해했는지, 그리고 이는 이후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그가 남긴 저서와 사상을 중심으로 조명한다. 특히, 당시 조선을 둘러싼 동아시아의 근대를 함께 살피며 유길준의 배경을 톺아봄으로써 조선-한국의 근대를 바라보는 데 유의미한 시점을 제시한다.

유길준, 근대 역사의 선두에 서다

대한민국이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뼈대로 한 국가를 세우고 운영해 온 것은 100년이 안 되지만, 그 이전부터 그 역사는 시작되었다. 그리고 유길준(?吉濬, 1856~1914)은 그 역사의 선두에 선 사람이다.

이른 시기에 일본 유학과 미국 유학을 경험한 그는 서양 근대문명과 당시 아시아의 새로운 맹주로 떠오르던 일본을 최대한 보고 배우고자 했다. 배운 것을 조국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그에게 뜻대로 주어진 것은 아니지만, 이후 조선에서 서양 근대문명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일은 그가 일찍 열어 놓은 길 위에서 출발했다.

유길준이 서양 근대문명을 이해한 방향은 당시 조선 사람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유길준 자신이 보여 준 이해의 양상은 그대로 당대 조선인을 대표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한 중요성 때문에 현대 한국의 전사(前史)로서 근대사를 연구하는 영역에서 유길준은 매우 중요한 인물로 여겨진다.

지금까지 유길준 연구는 대부분 한국사나 한국문학, 한국정치사상사 분야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 책의 집필에 참여한 다섯 명의 연구자는 일본과 중국의 근대사상 분야에서 연구 이력을 시작한 젊은 연구자들이라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이 책은 동아시아의 근대라는 더 넓은 관점에서 유길준의 사상을 바라본다. 이는 조선-한국의 근대를 바라보는 데 또 하나의 유의미한 시점을 제시할 것이다.

유길준과 개화(開化) 사상

이 책은 2부, 8개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1부에서는 《세계대세론》, 《정치학》, 《폴란드 쇠망전사》, 《폴란드 말년전사》 등의 초기 저서를 중심으로 유길준이 달라진 세상을 적극적으로 대면하고 능동적으로 변화를 도모했던 이야기들을 모았다.

제2부에서는 후기 저작인《서유견문》에 나타난 유길준의 사상을 분석하고, 유길준의 종교관과 ‘직분’ 개념에 대한 이해를 중심으로, 새로운 근대문명과 국제관계 속에서 그가 조선을 어떠한 모습으로 재정비하고자 노력했는지를 보여 준다.

유길준은 조선이 더는 중화주의적 질서가 지배하는 천하가 아니라 독립된 국가가 국제관계를 맺는 세계 속에 놓여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그 세계에서 조선을 재정비하여 독립국가로 살아남는 길을 모색했다. 유길준은 ‘문명화’를 주로 ‘개화(開化)’라는 말로 불렀는데, 그에게 개화란 “온갖 일과 온갖 사물이 지극한 선, 지극한 아름다움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었다.

즉, 개화는 이상적이고 보편적인 가치였다. 그러므로 서양 근대문명은 개화의 표준이 아니었다. 그는 개화가 반드시 서양을 배움으로써만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며, 개화가 유학적 세계와 모순된다고 생각하지도 않은 듯하다.


유길준의 사상 세계_앞표지.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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