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하게 소박하게] 산속으로 들어간 수행자 이야기
매체명 : 불교신문   게재일 : 2021.08.20   조회수 : 378

1982년 속리산 복천선원으로 출가해 ‘해광(海光)’이라는 법명을 받은 육잠스님. 30년 전 전기도 전화도 없는 거창 가북 산속으로 들어간 스님은 ‘두곡산방(杜哭山房)’이란 토굴을 직접 짓고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하며 수행해 왔다. 이곳에서 스님의 생활은 담박한 일상 그 자체다. 낮에는 지게 지고 농사짓고, 달뜨는 밤이면 선시(禪詩)를 펼치고, 벼루에 먹을 갈아 글 쓰고 그림 그린다. 우연한 기회에 스님을 만나 소박한 매력에 감화돼 20년 넘게 교유해 온 전충진 전 매일신문 기자가 ‘없는 대로 불편한 대로’ 사는 육잠스님의 삶을 세상에 소개한 <단순하게 소박하게>를 최근 펴냈다. 1년간 최초의 ‘독도 상주기자’로 활동한 기자이자 독도 전문가인 저자는 10년을 설득한 끝에 스님의 삶은 물론 글씨, 서화, 사진 등도 함께 선보였다.

20여 년 전 단골 찻집 주인의 안내로 처음 스님의 두곡산방을 찾은 저자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자연 속에 묻혀 숲의 기미에 귀 기울이며 자족(自足)하는 스님의 나날은 좀 더 크고 높은 곳, 좀 더 편한 것에만 정신이 팔려 있던 저자에게 어깨를 내리치는 죽비와도 같았다. 이후 스님과 함께한 시간들을 통해 저자는 도시생활 속에서 갖게 된 욕망과 악착스런 마음에서 조금씩 풀려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래서 글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이러한 치유의 시간을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자 마음먹었다.

안타깝게도 육잠스님은 2012년 거처를 이 책의 무대이자 처음 산중 생활을 시작한 경남 거창 덕동마을에서 경북 영양으로 옮겼다. 스님이 떠날 당시, 덕동마을은 집 주인들이 몇 차례 손바꿈하면서 급속히 황폐하기 시작했다. 어느 하루, 헛간채가 뜯기고 시멘트 블록 건물이 들어섰으며, 또 하루는 요란한 엔진톱 소리가 난 후 울창하던 앞산 낙엽송 숲이 민둥산으로 변해 버렸다. 숲과 사람이 공존하지 않는 덕동은 더 이상 덕동이 아니었다. 그 참상을 지켜보던 스님은 덕동마을과는 인연이 다했다면서 바랑을 챙겼다. 비록 지금은 옛 주인도 떠나 버리고 옛 정취도 사라졌지만, 그 시절의 소쇄한 아름다움만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고 세상 사람들에게 ‘꿈속의 꿈’이나마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저자는 두곡산방을 지면으로 남기고자 했다. 스님은 경북 영양에 또 다른 두곡산방을 지어 지금도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지켜 나간다. 2020년 설 특집으로 방영된 EBS 한국기행 ‘그 겨울의 산사’ 편을 통해 경북 영양 두곡산방의 현재 모습을 볼 수 있다.

단순하게 소박하게_앞표지.jpg

기사 원문보기

첨부파일 단순하게 소박하게_앞표지.jpg
이전글 [단순하게 소박하게] 농사 짓고 호롱불 밝힌 산골 스님의 산방은 치열한 선불장이었다
다음글 [단순하게 소박하게] [책] 단순하게 소박하게
prev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