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의 디지털 혁명] [서평]10년 만에 '온라인 유료 구독' 669만 명…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혁명'
매체명 : 뉴데일리   게재일 : 2021.05.07   조회수 : 267
지면 광고 수입에 절대적으로 의존해 온 신문을 포함한 전 세계 미디어가 생존을 위한 고투를 벌이고 있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블록체인 같은 4차 산업혁명이 급진전하면서 국내외 신문기업들이 너도나도 '디지털 전환'에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를 통틀어 디지털 혁명에 완벽히 성공한 미디어기업을 만나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런 가운데 '나 홀로' 성공가도를 달리는 곳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1851년 창간해 올해로 만 170주년을 맞은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는 2011년 3월 온라인 기사 유료제를 도입한 지 불과 10년 만에 전통적 종이신문에서 디지털 유료 구독과 디지털 광고에 기반을 둔 디지털 테크놀로지 기업으로 재탄생했다.

■ 전통의 종이신문, '구독경제 기업'으로 탈바꿈

유료화 첫해 39만명에 불과하던 디지털 유료 구독자 수가 2020년 말 669만명으로 불어나면서 2020년을 분기점으로 디지털 매출이 종이신문 매출을 완전히 앞질렀다. 온·오프라인을 모두 합친 구독자 중 디지털 구독자는 89%에 달한다. 뉴욕타임스가 넷플릭스(Netflix)나 스포티파이(Spotify)처럼 디지털 이용자들이 내는 구독료로 굴러가는 '구독경제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32년차 현역 언론인이 쓴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혁명(도서출판 나남 刊)'은 '그레이 레이디(GREY LADY, 회색 머리칼의 노부인이라는 뜻)'로 불릴 정도로 첨단 변화에 둔감했던 뉴욕타임스가 세계적인 디지털 미디어로 환골탈태한 과정과 전략을 언론인 특유의 간결하고 흥미로운 필치로 분석한 책이다.
 
그동안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전환 사례는 단편적으로 다뤄졌으나 이만큼 심층적이고 종합적으로 다룬 책은 없었다. 

저자는 방대한 참고자료와 최신 데이터를 바탕으로 뉴욕타임스가 고품격 신문으로 성장하는 과정, 벼랑끝 위기에 몰렸던 2000년대 초반 상황, 이를 이겨내고 디지털 구독 중심 기업으로 변신한 스토리를 '사람'과 '전략', '시대 변화'라는 입체적 관점에서 생생하게 보여준다. 

■ 사주 가문과 경영진이 뚝심으로 밀어붙인 혁명적 디지털 전환

2010년까지만 해도 뉴욕타임스는 '죽어가는 시한부 환자' 같은 신세였다. 뉴욕타임스는 전성기 시절 36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35억 달러(약 3조9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공룡 기업이었다. 하지만 경영 비대화로 인한 부채와 금융비용이 급증하고, 신문 광고와 구독자 수가 인터넷 보급으로 점점 감소하면서 경영 위기에 몰리기 시작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이듬해 주가가 3.37달러까지 떨어지면서 "NYT의 파산은 시간문제"라는 시장의 전망까지 나왔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뉴욕타임스는 뉴욕 맨해튼에 새로 지은 본사 건물을 매각하고, 멕시코 통신재벌에게 손을 벌려 긴급자금을 수혈했다. 아울러 생존을 위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서 3~4개 핵심 기업만 남기고 모두 매각했다. 

부실을 털어낸 후 뉴욕타임스는 종이신문 중심에서 디지털 중심으로 회사의 업(業)을 바꾸는 혁명적인 디지털 전환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전환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무엇보다 종이신문과 편집국 중심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기가 힘들었다. 말로는 '디지털 퍼스트'를 외쳤지만, 현실은 여전히 '페이퍼 퍼스트'였다. 

편집국 기자 인력과 디지털 기술 인력 간 융합과 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시행착오를 거듭했지만, 사주 가문과 최고경영진은 뚝심 있게 디지털 전환을 밀어붙였다. 

그 결과 웹 디자이너와 개발자, 데이터 과학자, 비디오그래퍼 등 디지털 기술 인력(700명)이 편집국 기자(1750명)에 이어 두 번째로 숫자가 많은 직군이 됐고, 두 직군 간 유기적 협력은 당연한 문화이자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 브랜드 파워와 고급 저널리즘으로 '디지털 유료화' 난관 돌파

총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종이신문의 정체성을 버리고 명실상부한 디지털 미디어로 거듭난 뉴욕타임스의 혁명적 재탄생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세계 최고의 고품격 저널리즘을 구현한 뉴욕타임스의 과거와 현재를 다 보여준다.

1장에서 세계 최정상 미디어로 우뚝 선 뉴욕타임스의 현재 위상을 개괄하고, 2장에서는 뉴욕타임스의 창간과 성장, 영욕의 170년 역사를 정리한다. 이 책의 핵심에 해당하는 3장에서는 최근 10년간의 디지털 전환 과정과 성공 비결을 분석한다. 

이어 4장에서는 뉴욕타임스를 성장과 번영으로 이끈 큰 기둥으로 오너 가문의 언론 철학, 오피니언과 칼럼, 탐사보도 등 세 가지를 꼽는다. 마지막 5장에서는 이용자와의 소통 및 신뢰 구축 노력, 투명성, 정론 저널리즘을 사례와 함께 정리한다.

뉴욕타임스의 '나 홀로 성공'은 브랜드 파워와 투기자본 위협으로부터 안전한 지배구조 같은 강점들이 어우러진 덕분이지만, 뉴욕타임스 스스로 자사의 핵심이 '고급 저널리즘'에 있음을 잊지 않고 저널리즘을 가장 중시한 것이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고품격 뉴스 콘텐츠 제작이라는 '근본'이 탄탄해야 그 바탕 위에서 디지털 상품 유료화의 성공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 참고자료 목록만 23페이지… 뉴욕타임스의 '모든 것' 담아

이 책은 디지털 전환 말고도 뉴욕타임스의 거의 모든 것에 대한 세세한 정보를 담고 있다. 

예를 들어 편집국 기자들과 논설위원, 칼럼니스트들의 남녀별, 인종별, 연령대별 구성, 본사 사옥의 층별 구성, 편집국 내 사용 언어 수, 종사자들의 급여 수준, 오늘의 뉴욕타임스를 만든 주요 인물과 사건들이 담겨 있다. 뉴욕타임스에 대한 거의 모든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 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 저자는 뉴욕타임스에 관한 언론학자들과 뉴욕타임스 출신 전·현직 언론인들이 쓴 저작물과 미국의 각종 저널에 실린 논문, 뉴욕타임스의 각종 보고서, 심지어 사보까지 섭렵했다. 

뉴욕타임스 본사의 디지털 아카이브를 통해 얻은 2021년 3월치 최신 자료와 데이터도 참고했다. 책에 첨부된 참고자료 목록만 23페이지에 달한다. 

■ 저자 소개

저자 송의달은 '조선일보' 선임기자로 만 32년차 언론인이다. 1989년 11월 '중앙일보'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해 1990년 12월부터 조선일보(수습 28기)에서 일했다. 1963년 경북 영주 출생으로 서울대 외교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미국 워싱턴DC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초청연구원을 지냈고 조선일보 홍콩특파원(2004~2008년)으로 근무했다. 조선일보 디지털뉴스부장, 산업1부장, 오피니언 에디터와 조선미디어의 경제전문 디지털 매체인 조선비즈 대표이사(CEO)를 역임했다. 

'세계를 움직이는 미국 의회(2000)', '한국의 외국인 CEO(2004)', '외국인 직접 투자(2004)', '미국을 로비하라(2007)', '세상을 바꾼 7인의 자기혁신노트(2020)' 등의 단독 저서와 '21세기 경영 대가를 만나다(2008·공저)' 등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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