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회학자의 어떤 처음] “익숙한 것과의 결별… 사람 사이는 더 가까워져야 한다”
매체명 : 문화일보   게재일 : 2020.10.19   조회수 : 157

“전쟁이 끝나면 모두 끔찍했던 기억을 서둘러 잊으려 한다. 그래서 나는 잊지 않겠다고 다짐한 것들의 ‘리스트’를 작성하고 있다.”

이탈리아 작가 파올로 조르다노의 ‘전염의 시대를 생각한다’에 나오는 문장이다.

그렇다. 감염병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또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을 요구한다.

언제나 ‘기억’보다 오래 살아남는 것은 ‘기록’이다.

 

◇ ‘한 사회학자의 어떤 처음’

“거리를 둬야겠지만 이럴수록 사람들 사이는 더 가까워져야 한다. 배려·연대·공동체가 요즘처럼 중요했던 적이 있었나 싶다. 이 하나하나가 ‘또 다른 처음’을 만드는 근간이다.”

박길성 고려대 교수가 쓴 ‘한 사회학자의 어떤 처음’은 감염병이 바꾼 강의실 풍경에 관한 에세이다. 올해 3월 2일부터 6월 22일까지 사회학과 신입생을 위해 개설한 ‘사회학적 상상력’ 수업의 진행 과정을 일기 형식으로 담았다. 봄날에 쓴 일기들은 ‘잃어버린 일상’에 대한 탄식으로 가득하다. 강의란 “학생과의 교감 속에 펼쳐지는 라이브 공연”이라 믿던 저자에게 비대면 강의는 “상상력 수업에 상상력이 빠진” 것처럼 난감했다. 그러니 이렇게 말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대들이 나의 강의를 경청하고 시선을 집중해줘서 고맙네. 그동안 너무 당연하게 여겼던 것이 아닌가 한다. 극히 비정상적인 환경에서 정상적인 교훈을 얻는다.” 이런 안타까움 속에 저자는 한 날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경구로 수업을 시작했다. “행복할 때 자만하지 말고, 불행할 때 좌절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설명했지만, 스승이나 제자나 지금은 결코 행복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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