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 산다] "나무가 책이고, 책이 곧 나무다"
매체명 : 매일경제   게재일 : 2019-04-17   조회수 : 640
책이 세상으로 흘러가 인간을 적시는 물이라면, 출판사는 정신의 물을 담아두는 영혼의 저수지일 것이다. 사상의 발원이고, 정신의 시원이기 때문이다. `튼튼한 사상의 저수지를 쌓는 정성`으로 40년간 외길을 걸어온 출판인이 있다. 조상호 나남출판·나남수목원 회장(69)이다.

1979년 출범한 나남출판 40주년을 맞아 조상호 회장이 `숲에 산다`를 출간했다. 1979년 이후 출판사에서 3500여 권의 책을 만들고 수목원에서 나무를 가꾼 40년 질풍노도의 여정이 책에 담겼다. 조 회장은 세속의 유혹을 뿌리치며 숨 쉴 공간으로 조성한 나남수목원에서 나무를 심고 생명을 가꾸었다. 나남수목원은 책의 부제처럼 `세상 가장 큰 책`이기도 하다.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를 읽던 20대를 기억한 `책에 눈뜰 무렵`, 신심 깊은 종교인이 경전을 대하듯 길돌 차동석 선생의 칼럼을 필사했던 시절을 기억한 `글에 눈뜰 무렵` 등의 내용이 풍성하다. 한눈팔지 않고 걸어온 `출판인 DNA`가 고스란하다.

책은 당대의 작가, 지성인들과 만난 기록과 기억이 만나는 문화사적 기록이기도 하다. 20년 가까이 지훈상(芝薰賞)으로 기린 조지훈 선생, 삶의 통찰을 준 비화밀교의 이청준 소설가, 토지의 어머니 박경리 선생, 동굴 속의 독백을 웅변으로 승화한 영원한 스승 리영희 선생, 마지막 광복군 김준엽 고려대 총장 등 출판의 길이 아니었다면 만날 수 없던 이들을 조 회장은 회고한다. 

17일 서울 관훈클럽 신영연구기금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조상호 회장은 "이 땅에 없는 것을 찾던 뜨거웠던 스무 살 시절의 기억부터 오늘날의 나남을 이루어낸 뼈대와 속살까지 기억하고자 했다"며 "나무가 책이고, 책이 곧 나무인 거대한 숲이야말로 나남이 걸어온 길이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창립 첫해인 1979년 첫 책으로 리처드 바크의 `어디인들 멀랴`를 정현종 시인의 번역으로 출간한 나남출판사는 1988년 계간 `사회비평`을 창간했다. 특히 박경리 소설가 장편 `김약국의 딸들`과 `토지`를 발간했다. 1996년 조지훈 시인의 전집을 발간한 뒤 2001년 그를 기리고자 지훈상을 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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