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민] "인간으로 살고싶다"… 白丁 단체 ‘형평사’로 최초의 인권운동 조명
매체명 : 문화일보   게재일 : 2017-06-14   조회수 : 526

민병삼 역사소설 ‘천민’

조선 시대 이래 최하층 계급이었던 천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역사소설이 나왔다. 1970년 ‘월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이후 40여 년간 글을 써온 민병삼 소설가의 신작 ‘천민’(나남)이다.

그동안 역사소설에서 주로 다뤄졌던 인물은 우리에게 낯익은 영웅들이었다. 그러나 민 작가는 기록조차 남길 수 없었던 천민인 백정을 주인공으로 한국 근현대사 최초의 인권운동인 형평사(衡平社) 운동을 끄집어냈다.

형평사는 1923년 경남 진주에서 발생한 백정의 사회단체다. 1866년 조선 고종이 노비세습제 폐지를 공포하면서 법적으론 천민이 사라졌으나 실질적인 차별이 지속됐기에 천민들이 자신들의 신분 회복을 위해 뭉친 것을 말한다. 형평사 운동은 전국적인 규모로 퍼졌으나 내부 분열과 일본의 압력으로 10여 년 만에 ‘미완’으로 마무리됐다.

민 작가는 역사적 사실에 작가적 상상력을 덧대 파노라마 같은 드라마로 엮었다. 여기에 생생한 사투리와 우리나라 고유의 속담, 질펀한 해학적 육담을 곁들여 읽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아침부터 음성시럽기는… 똥 마려운 가스나, 국거리 썰 듯했겄구만은.”

“백정도 사람 아잉교. 우리도 상민맨치로 사람 대접을 해 달라 쿠는 깁니더.”

소설 속에서 경남 진주의 백정들은 김봉수를 중심으로 힘을 합친다. 전염병을 퍼뜨린다며 억울한 누명을 씌우는 농민단체에 횃불을 들고 맞선다. 그들은 자식이 당당하게 학교에 다닐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저항한다.  

다양한 인물들이 다채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작가는 천민 혹은 백정이라는 계급을 대변하지도, 그렇다고 축소하지도 않고 균형 있게 보여준다. 형평사가 설립되는 과정의 희생에 초점을 맞춰 지금도 남아 있는 사회적 불평등을 꼬집는다. 

민 작가는 소설 서문에서 “그들의 꿈은 오로지 인간으로 살고 싶었을 뿐이다. 그러나 사회가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래서 그들은 저항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구성한 이유”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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