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민] 민병삼 작가, 본보 연재 '천민' 책 펴내
매체명 : 경남일보   게재일 : 2017-06-07   조회수 : 765

“백정도 사람 아잉교. 우리도 상민 맨치로 사람 대접을 해 달라 쿠는 깁니더.”

1년 간 250회에 걸쳐 본보 독자들과 호흡한 소설 ‘천민’을 단행본으로 만난다.

등단 40년 차인 소설가 민병삼이 형평사운동을 소재로 집필한 장편 역사소설 ‘천민(賤民)’(나남출판)이 출판됐다.

‘천민’은 본보 창간 101주년이었던 지난 2010년부터 연재된 소설이다. 천민의 삶과 한국 근현대사 최초의 인권운동인 형평사운동을 다뤘다.

소설은 현재 남아있는 형평사 기록에 작가의 상상력을 보탠 작품으로, 개성 있는 백정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작가는 조선 마지막 대화가 장승업, 통일 신라의 천재 화가 솔거 등 역사에 짧은 기록만을 남긴 인물에 집중해 왔다.

이번에는 기록의 이방에 남았던 천민을 소재로 선택했다.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을 도맡아야 했던 당시 최하층계급이자, 스스로 기록을 남기거나 기록 되지 못한 존재다.

그들의 삶을 끌어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현재를 바꾸려는 자, 사회에 관심 없이 묵묵히 도축만 하는 자, 신분을 숨기고 다른 삶을 살려는 자 등 입체적인 성격과 구체적인 서사를 풀어냈다. 이들은 모두 ‘천민’을 대표하지도, ‘천민’의 모습을 축소하지도 않는다.

이에 걸쭉한 사투리도 글의 맛을 더한다. 천민의 삶에는 ‘육담’이 빠질 수 없다. ‘천민’ 속 등장인물들은 진한 경상도, 전라도 방언을 구사하는데, 한 시대와 우리 말에 있는 맛을 그리기 위해 작가는 영남선, 호남선 기차에 오랫 동안 올랐다.

작가는 가장 낮은 이들의 이야기를 풀어놓은 만큼 허구의 만족을 선사하지는 않는다. 기울어진 세상에서 치열하게 살아낸 이들의 희생이 ‘해피엔딩’을 대신한다.

 

출판사 관계자는 “행복한 결말이 쉽게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는 우리 인생과 닮았다. ‘천민’은 아직 기울어져 있는 우리 사회와 여전한 사회적 불평등을 반추하게 한다”고 전했다.

민병삼 작가는 본보 연재 종료 직후 “우연히 진주에 갔다가 마침 형평사 조형물을 보게 되었다”며 “그 순간 머리를 관통하는 그 무엇이 있었다. 그때부터 백정과 관계되는 논문과 서적을 뒤지기 시작했다. 소설을 통해 그 당시 천하게 태어나 천하게 살다가 천하게 죽은 백정들의 영혼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고 전한 바 있다.

한편 소설가 민병삼은 대전 출신으로 연세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다. 1970년 월간 ‘현대문학’으로 등단해 한국소설문학상, 동서문학상, 유주현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그는 중단편집 ‘고양이털’, ‘가시나무집’, ‘다시 밟는 땅’, ‘터널과 술잔’, ‘금관을 찾아서’와 장편소설 ‘그 여름 날개 내리다’, ‘임의 향’, ‘피어라 금잔화’, ‘랭보와 블루스를 추고 싶다’, ‘서울 피에로’, ‘표암 강세황’, ‘솔거’ 등을 집필했다.


422쪽. 나남출판. 1만 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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