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처럼] 2016-01-22,[책으로 읽는 정치 | 선비처럼] 공감 없는 소통은 협상의 기술일뿐
매체명 : 내일신문   게재일 : 2016-01-22   조회수 : 660
선비? 구닥다리 아니냐는 게 첫 느낌이었다. 옛날 선조들의 높은 품위와 기개, 그리고 충효예를 강조하는 그렇고 그런 책일 게 뻔하다는 생각이었다. 사실이었다. 그러나 답은 뻔한 데에 있었다. 모두 알고 있지만 모두 알고만 있었다.

김병일 도산서원 원장은 선비처럼으로 잔잔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폭풍같은 도전을 제안했다. 삶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고 실제로 그리 살아보라는 것이다. 김 원장이 서울대 사학과를 나와 30여년간 통계청장, 조달청장, 기획예산처 장관, 금융통화위원 등 공직에 몸을 담았다는 사실은 세상과 외딴 곳에서 나왔을 것이라는 예단과 일종의 이상주의에 빠질 위험을 뒤집어 준다.

선비는 군자다. 김 원장은 "선비는 개인보다는 공동체를, 이익보다는 가치를 추구하는 지도자이며 강압적인 힘으로 통치하기보다는 이상적인 삶의 모범을 보여주는 리더"라고 설명했다. 리더십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는 "모든 사회적 갈등의 시작은 자기주장은 옳고 상대방 주장은 틀리다는 것에서 출발한다"면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강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주장을 밀어붙여 나가는 리더십이 아니라 다른 생각과 입장을 조화롭게 조정하며 이끌고 나아가는 리더십"이라고 말했다. 또 "진정한 소통을 가능케 하는 조건은 상대에 대한 공감과 배려"라면서 "이게 전제되지 않은 소통은 협상의 기술에 지나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여름휴가때 감명 깊게 읽었다며 내놓은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 책의 저자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한국이름 이만열) 교수는 세계인에게 낮은 평가를 받고 있는 한국의 정체성을 알리는 게 시급하다면서 한국적 정체성에 가장 부합하는 상징적 개념으로 선비정신을 제시했다. 김 원장은 선공후사, 역지사지, 섬김, 측은지심을 선비정신으로 지목했다.

갈등과 반목을 통합과 소통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강요성 메시지다. 그는 "갈등이 없었던 시대와 장소는 없다. 문제는 풀어가는 방식"이라며 "상대를 따뜻하게 바라보는 마음을 갖고 조그만 것이라도 실천하는 것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박 대통령의 표현대로라면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는 것"이다.
이전글 [라이언] 2016-01-26, 김영식 회장, 청소년도서 기부
다음글 [나는 평생 세금쟁이] 2016-01-24, [ER추천도서]
prev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