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처럼], 2015-11-20, 선비정신
매체명 : 강원도민일보   게재일 : 2015-11-20   조회수 : 759
지난해 11월 한 기업인이 국제경매에 나온 나폴레옹의 ‘이각(二角) 모자’를 거액에 낙찰 받아 화제에 올랐다. 그 주인공은 김흥국(58) 하림그룹 회장인데, 작은 모자 하나를 구입하는데 무려 한화 26억 원을 기꺼이 던졌다. 투자의 가치를 철저히 따지는 것이 기업인의 생리라는 점에서 그가 이렇게 큰돈을 쓴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세간의 이런 궁금증에 대해 그는 ‘불가능은 없다’는 나폴레옹의 정신을 산 것이라고 한다.

그는 최근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바로 기업가 정신이 쇠퇴한 때문이라고 봤다. 예상가격 보다 훨씬 높게 모자를 산 것도 바로 불가능은 없다는 나폴레옹의 도전정신을 통해 기업가정신을 되살리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의 말대로 사라져가는 기업가 정신을 되살리고 경제가 활력을 얻는다면 무모해 보이는 그의 투자는 그 이상의 가치가 있을 것이다. 그는 상품의 외형적 가치보다 의미를 높게 본 것이다.

같은 이치로 종교인에겐 성직자 정신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종교인들이 사회적 역할을 다 할 수 있다. 마땅히 있어야 할 정신이 제 자리에 없는 데서 문제가 생긴다. 지난 1월 불교 조계종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이 종단혁신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도대체 ‘중(僧) 정신’이 없다고 강도 높은 자아비판을 했다. 그래서 위로는 깨달음을 구하나(上求菩提) 아래로 중생을 교화하지 못한다(下化衆生)는 소릴 듣는 게 당연하다고도 했다.

군인에게는 막중한 임무를 감당할 군인정신이 있어야 하고, 기자에겐 예의 공적 역할을 다 하기위한 기자정신이 있어야 한다는 것도 결국 같은 이야기다. 그러나 주변을 돌아보면 과연 그런가? 고개가 갸웃해진다. 지금 이 시대에 가장 요구되는 정신은 무엇일까? 우리나라는 전쟁의 폐허 위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적 성취를 이뤘으나 2만 달러의 구간에서 답보한다. 이 국면을 돌파할 에너지로 ‘선비정신’을 꼽는 사람이 많다.

최근 ‘선비처럼’이란 책을 낸 김병일(70) 경북 안동 도산서원 원장 겸 선비문화수련원 이사장은 선비정신이 살아나야 우리나라가 선진국의 문턱을 넘어 설 수 있다고 말한다. 그 선비정신의 핵심으로는 박기후인(薄己厚人)을 꼽았다. 자신을 낮추고 남을 높이며, 자신에겐 엄격하고 남에겐 관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공감과 배려의 사회적 자산이 부족하다는 얘긴 것 같다. 선비는 있으나 그 정신이 없다는 게 이 시대의 병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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