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처럼], 2015-11-03, “선비는 ‘체제순응형 인간’ 아냐…‘배려와 섬김’ 솔선수범을”
매체명 : 한겨레   게재일 : 2015-11-03   조회수 : 887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 김병일 이사장 ‘선비처럼’ 출간
‘소원선인다’(所願善人多·착한 사람이 많아지기를 소원하다). 퇴계 이황 동상에 새겨져 있는 선생의 시 한구절이다.

김병일(70)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 이사장은 2일 저서 <선비처럼>(나남 펴냄) 출간 간담회에서 직접 붓으로 쓴 ‘의재정아’(義在正我)를 펼쳐 보이며 “옳은 것은 나 자신을 바르게 하는 데 있다”고 그 뜻을 풀이했다.

책의 제1부 첫 장 ‘최고의 인성교육은 어른의 솔선수범’에서 그가 얘기한 ‘신기독’(홀로 있을 때 스스로 삼가라)도 같은 맥락에서 새길 수 있겠다. “외부 평가보다는 자신의 내면적 성실을 중시하라는 뜻입니다.”

이는 물질적 풍요는 이뤘지만 정신은 오히려 더 빈곤해져, 개인은 불행해지고 사회는 더 큰 위험에 직면한 오늘날 우리 사회의 병폐를 치유할 정신문화의 새로운 대안적 가치관으로 그가 내세우는 ‘선비정신’의 일부이기도 하다.

“선비와 양반을 흔히들 혼동한다. 양반은 원래 문무반 관리들을 지칭했다. 자손에게 직간접으로 지위와 재산이 상속되고 그들 중에 매국노들도 나왔지만, 선비는 양반 중에서도 지덕을 겸비하고 그것을 행동으로 실천한 사람들이다. 조선이 오백년을 지속한 것은 선비와 선비정신 덕이지만, 육백년까지 이어지지 못한 것은 그 결함과 한계 때문이다.”

김 이사장은 오늘날에도 본받아야 할 선비정신으로는 올바른 마음과 몸가짐, 공론을 주도하는 기개, 인격 연마와 실천, 국난 때 목숨 걸고 앞장서서 싸우는 용기를 들었다. 그 한계로는 양천·적서·남녀·사농공상의 신분 차별, 문 중시와 무 멸시, 지나친 복고주의 등을 꼽았다.

그는 “얌전하고 예의만 바른 ‘체제 순응형 인간’을 키우는 것이 선비정신 함양의 목적은 아니다”라고 했다. 세월호 참사를 낳은 어른들, 유아들을 학대하는 보육교사들, 갑질로 권세를 남용하는 자들의 행태를 개탄한 그는 “부모와 교직자, 사회지도층 등 어른이 먼저 아이가 닮고 싶어하는 삶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자의 말씀에 ‘그 자식을 알지 못하겠거든 그 아비를 보라’가 있다. 아이의 됨됨은 그 부모를 보면 알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시대가 선비정신에서 살려내야 할 가장 의미있는 덕목으로는, 퇴계가 몸소 실천했던 “타인에 대한 배려와 섬김”을 들었다.

경북 상주 출신으로, 행정고시를 거쳐 통계청장, 조달청장, 금융통화위원, 기획예산처 차장·장관을 지낸 그는 2005년 퇴임 뒤 안동으로 내려가 2008년부터 수련원 이사장을 맡았고, 올봄부터 도산서원 원장직도 겸하고 있다. 2012년까지 5년간 국학진흥원장도 지냈다. 대학 시절 고적답사 이래 퇴계·도산서원과 인연을 맺어온 덕분인 듯 그의 언행에서는 고위 관료 출신의 권위보다는 선비다운 풍모가 배어난다.
첨부파일 선비처럼 표지.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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