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처럼], 2015-11-02, 김병일 선비문화수련원 이사장 “선비정신 때문에 조선이 망한게 아니라 500년을 갈 수 있었다”
매체명 : 국민일보   게재일 : 2015-11-02   조회수 : 913
기획예산처 장관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난 뒤 경북 안동으로 내려가 도산서원 원장과 선비문화수련원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병일(71)씨가 책을 냈다. 우리 시대의 정신적 허기를 채워줄 대안으로 선비정신을 제안하는 ‘선비처럼’(나남)이 그것이다. 김 이사장이 8년째 안동 생활을 이어가면서 ‘퇴계처럼’(2012년) 이후 두 번째로 펴내는 책이기도 하다.

김 이사장은 2일 서울 광화문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선비정신 때문에 조선이 망했다고 하지만 선비정신이 있었기 때문에 조선이 500년을 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남녀차별, 반상차별, 적서차별 같은 신분제도, 사농공상(士農工商)이라고 해서 농·공·상을 천시한 것, 문만 숭상하고 무를 낮춰본 것 등을 선비정신의 부정적인 측면으로 꼽았다. 그러면서도 “조선 500년은 무력으로 유지된 게 아니다”며 “선비정신이 아니라면 조선이 500년을 유지한 것을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선비정신을 “어르신의 솔선수범에 의한 리더십”이라고 정의하면서 이런 리더십이 가정과 마을의 화목, 안정을 이끌었다고 주장했다.

국가비상 시에도 이런 리더십은 유효했다. 그는 “임진왜란 시절 조선엔 의병이 있었다. 주력 부대가 민간의 의병인 경우는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의병장은 대개 무인이 아니라 선비였다”면서 “그들이 존경받는 어른이었기 때문에 동네 사람들이 죽음의 전쟁터에 따라 나섰던 것”이라고 말했다.

선비문화수련원에는 지난해 5만5000여명이 찾아와 인성교육을 받았다. 해마다 찾는 이가 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선비정신에 대한 오해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선비와 양반을 혼동하는 데서 오는 문제”이며 “양반은 지배계급이었지만 선비는 양반 중에서도 이상적인 인격체로서 지덕을 겸비했고 의리와 범절 있게 행동했다”는 것이다. 그는 퇴계에서 이상적인 선비의 모습을 본다.

“당시 남존여비 사회에서 퇴계 선생이 여인들을 대하는 모습에서 무엇보다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둘째 부인(안동 권씨)이 정신이 온전치 못하셔서 온갖 실수를 저질렀는데, 선생은 그런 아내를 항상 너그럽게 대하고 나무라지 않으셨지요.”

김 이사장은 “서울 사는 맏손부의 젖이 모자라서 맏손자가 안동 고향집 하녀를 유모로 보내 달라고 하니까 선생이 ‘남의 자식을 죽여서 제 자식을 살리고자 함은 옳지 못하다’며 타이른다”며 “신분 사회에서 종의 자식을 증손자와 같은 자리에 놓고 존중하기란 정말 실천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안동에서는 한복 차림으로 지낸다는 김 이사장은 “가족과 떨어져서 도산서원에서 생활하면서 퇴계 선생의 삶을 보게 됐고 많은 것을 느끼면서 감동했다”면서 “이 감동을 세상 사람들과 나눠야겠다는 생각으로 그동안 틈틈이 썼던 글들을 엮어냈다”고 출간 배경을 설명했다.
첨부파일 선비처럼 표지.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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