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의 마지막 7일], 2015-10-02, [책으로 읽는 정치 | 사도의 마지막 7일] 아들은 아버지를 닮는다
매체명 : 내일신문   게재일 : 2015-10-02   조회수 : 895
사도의 마지막 7일은 영화 사도에 맞춰 낸 책인지는 모를 일이다. 영조의 아들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힌 이후 7일간의 이야기를 담았다. 사초에 기초한 소설이다.

영조는 형인 경종의 뒤를 이어 왕의 자리를 꿰찼다. 이 과정에서 당쟁을 이용했다. 숙종의 첫째 아들인 경종에게 아들이 없다면 당연히 양자를 들이는 게 관례인데도 노론의 힘을 빌려 세자자리를 얻어냈다. 경종을 독살했다는 소문까지 신빙성있게 돌았다. 즉위 후에는 곧바로 소론들을 쳐냈다. 그리곤 노와 소, 어디에도 속하지 않겠다는 듯 탕평책을 꺼내들었다.

영조는 조선역사에서 가장 오랫동안 옥쇄를 쥐고 있던 인물이다. 뒤틀리는 게 있으면 몇 번이고 "옷을 벗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임금 자리를 사도 세자에게 양위하겠다는 선언으로 때로는 신하들의 충성도를 시험해 보기도 하고 때로는 과거 자신의 치부를 덮는 데 활용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사도 세자는 피해자인가. 뒤주에서 7일간 먹지도 못하고 그 누구의 비호도 받지 못한 비운아인가. 아버지에게 공공연한 질식사를 당한 것만 따지면 분명 그렇다.

그러나 그 또한 당쟁의 피해자이며 당쟁을 이용하려 한 당사자였다.

그는 태어나면서 아버지를 보아 왔다. 노론에 대한 빚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았고 노론과 소론을 번갈아가면서 갈아치우는 책략을 읽었다. 아버지 영조는 사도 세자에겐 피해야 하는 대상이면서 벤치마킹해야 하는 모범답안이기도 했다. 사도세자의 행동은 결국 영조에게서 나온 것이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리더십을 강조하면서 "당시 대통령이셨던 선친께서 새마을운동을 추진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어떠한 성공요인들이 어떻게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서 국민과 나라를 바꿔 놓는 지를 경험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가 꼽은 배울만한 아버지의 리더십은 "관료들의 부정부패를 철저하게 차단해 국민들이 정부를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들고 정치적 인기에 영합하지 않은 순수한 열정으로 헌신했다"는 것이었다. 최근 그가 주장해온 부패척결, 비정상의 정상화는 전자에 해당되는 것이고 국민만을 바라보는 정치, 원칙에 따른 결정, 성과위주의 업무스타일 등은 후자 쪽이다.

아버지는 누구에게든 거울이다. 박 대통령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의 한판승부, 집권 후반기 대응전략, 북한 일본 등과의 외교문제 해결방법 등을 읽기 위해서는 아버지에 대한 향수를 먼저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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