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일본], 2015-09-08, 일본인의 의식구조 [와 和 ! 일본]
매체명 : 중앙일보J플러스   게재일 : 2015-09-08   조회수 : 883
『와(和)! 일본』 성호철 / 나남

2015년은 일본과 치욕의 역사가 엮어진 후 70년이 된 해이다. 친일(親日), 지일(知日), 克日(극일)등의 단어들은 지금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가? 일본은 가깝게 지내자니 불편하고 멀리 지내자니 불안한 존재다. 이번 중국 항일전승기념일 열병식에 박대통령과 반기문 사무총장의 참석에 일본은 그 불쾌감을 매우 리얼하게 드러냈다. 그 표현이 좀 심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저자 성호철은 국내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일본에 건너가 일본 근대문학을 공부했다. 국내에 들어와 기자 생활을 했다. 한 동안 일본을 떠나 있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다시 일본 열병이 들었다. 세상이 아는 일본을 혼자 모르고 있었던 듯, 다시 일본을 파고든다. 닥치는 대로 읽고, 눈이 충혈 되도록 고민하고, 다음날 일본인 지인을 만나 물어볼 질문을 생각하며 설렜다. 이 책은 그 결과물이다. 내가 읽은 책 중 일본을 이만큼이나 깊게 파고 들어간 책은 아직 없었다.

지금까지 일본, 일본인을 이야기한 책들은 모두 퍼즐 맞추기의 한 과정이자 그런 몇 장의 퍼즐 조각일 따름이라고 한다. 이 책이 찾은 몇 장의 조각은 ‘메센’(目線), ‘부의 향유 세대’, ‘균일론(均一論), ’와‘(和)와 전(戰)의 세계, 눈(目)의 지배 등이다. 저자는 “이런 퍼즐 조각들이 ’일본이 앞으로 가려는 길과 방향 그리고 왜 그렇게 움직이는지‘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적고 있다.

양(洋) 큰 바다 저쪽의 세계

“일본인의 잠재의식 속에선 ‘안의 세계’인 일본은 섬나라다. 밖의 세계는 큰 바다 저쪽에 위치한다. ‘양’의 존재는 일본의 ‘안의 세계’를 ‘밖의 세계’와 구분 짓는 절대적 요소이자 ‘밖의 세계’가 쉽게 ‘안의 세계’에 근접하지 못하게 막는 고마운 장벽이다.” 원나라와 고려의 연합군이 일본을 공격했을 때 큰 바다에서 태풍이 불어와 이들의 배를 침몰시켰다는 ‘가미가제’(神 風 : 신의 바람)는 ‘양’이 ‘안의 세계’의 방패 역할을 수행한 실제 사례였다. 가미가제는 제2차 세계대전 말기 패색이 짙어진 일본군의 자살특공대로 바뀐다.

메센의 정의와 형성 과정

“숱한 눈(目)들이 보는 시선의 합(合)인 메센은 ‘안의 세계’(집단)의 입장에 서서 세계를 보는 자세다. 한번 정해지면 ‘안의 세계’를 지키는 논리로서 하나의 행동지침이 되기도 한 메센.”

현대 일본의 메센은 치열한 갈등 속에 있다. 두 개의 서로 다른 메센이 부딪히며 일본이란 거함의 항로가 흔들리고 있다. 일본인에게 메센은 정치적 지지를 묻는 여론과 달리 생활 전반에 걸친 행동지침이다. 비 오는 날 전철을 타면 모든 일본인이 우산을 다 접어 끈으로 잘 묶는다. 전철에선 신문을 활짝 펴지 않고 읽을 기사만 보이게 접어서 읽어야 한다. 전철 맞은편에 앉은 사람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 안 된다. 이 일본인들은 한국과 중국에 차마 인간이라고 볼 수 없는 만행을 저지른 일본인과 다른 종족인가?

일본과의 ‘화(和)’

일본과의 ‘화’를 잃지 않기를 바랍니다. _류성룡의 《징비록》중 신숙주의 유언

조선시대의 문신 신숙주는 성종(成宗)에게 이 같은 유언을 남겼다. 《징비록》에 따르면 성종이 죽음을 앞둔 신숙주에게 유언을 물었고 그의 대답이 이와 같았다고 한다. 성종은 유언대로 일본에 사절을 파견하고 교린 관계를 유지하며 일본과의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후 일본과의 교린은 흐지부지 된다. 그 사이 일본은 하나의 힘(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전국 통일)으로 합해진다. 임진왜란이 일어났고 7년간 전란을 겪었다. 강화도에 들이닥친 일본 함선을 보고 놀라서 작성된 불평등조약인 강화도조약, 그리고 치욕의 한일합병으로 이어지는 일본과의 관계역사다. 1980년대에 들어서 한국은 극일을 선언했다.

욘사마의 등장과 2002년 한일월드컵 개최, 케이팝의 인기 등 2000년 이후 변화가 생겼다. 한류븀이 일었다. 그러나 이명박 전 대통령의 덴노에 대한 사죄 발언과 2011년 동일본 대지진, 경제 불황에 따른 애국론의 부상은 한류를 혐한으로 바꿔놓았다. 한국과 일본의 관계는 냉온요법처럼 왔다 갔다 한다. 이런 행보 속에 한일 관계가 지혜롭게 운영 되어나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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