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문화의 형성], 2015-07-24, '모던걸'부터 '나꼼수'까지…시대를 말하는 문화현상
매체명 : 연합뉴스   게재일 : 2015-07-24   조회수 : 1024
주창윤 교수의 한국 현대문화의 형성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모던껄 아가씨들 둥근 종다리/데파트(백화점) 출입에 굵어만 가고/ 저 모던뽀이들에 굵은 팔뚝은/ 네온의 밤거리에 야위어 가네/ 뚱딴지 서울 꼴볼견 만타/ 뚱딴지 뚱딴지 뚱딴지 서울…."

1938년 발표된 대중가요 뚱딴지 서울(고마부 작사, 정진규 작곡, 유종섭 노래)의 일부다.

1920년대 중반 들어 유행한 모던걸, 모던보이는 신문물을 접하고 새로운 스타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신세대를 지칭하는 말로, 일제 치하에서 변해가는 경성의 모습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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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민족이나 사회주의와 같은 이념적 문제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식민지 근대에 가장 먼저 편입된 세대라는 점에서 부정적 평가도 함께 받았다.

한 시대를 풍미한 문화는 훗날 그 시대를 읽는 가장 좋은 키워드가 된다.

주창윤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는 1920년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문화적 현상과 그 안에 내재된 의미를 파고든 지난 10여년의 연구를 저서 한국 현대문화의 형성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주 교수가 말하는 문화에 대한 분석은 각 요소(계급, 세대, 젠더, 테크놀로지 등)들의 역동적 관계 속에 매개된 경험들을 밝히는 일이다.

다만 이 책이 한 시대의 모든 문화현상이나 가장 중요한 세태를 꼭 다루진 않는다.

저자의 주관적 관심에 따라 문화현상을 선택하고 당대의 사회적 맥락과 일상풍경 그리고 저자의 깊이 있는 분석을 담아냈다.

"오늘날 땐스 유행병은 놀라운 전파력을 가지고 사회 각계각층을 풍미하고 땐스에 미쳐 정조를 헌신짝 모양 내던지는 신여성, 가정이나 사회적 지위마저 내동댕이치는 남녀가 수없이 연달아 나오고 있으니…트롯트, 부루-스, 탱고, 질바, 삼보, 맘보…대도시 각처에 있는 비밀 교습소에서…" (1955년 8월 24일 동아일보. 본문 119쪽)

"미니스커트의 길이가 어느 선에서 미풍양속을 해치는 것으로 판단할 것인가로 고민하던 서울 종로경찰서는 11일 무릎 위 17cm면 단속하겠다고 자신 있는 결론."(1970년 9월 11일 경향신문. 본문 214쪽)

이처럼 당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유행하던 문화와 그에 대한 여론을 엿볼 수 있는 기사를 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재미다.

나남. 460쪽. 2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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