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심는 마음], 2015-06-05, “마누라 빼고 다 팔아서 나무에 투자” … 포천에 수목원 만드는 조상호 대표
매체명 : 중앙일보   게재일 : 2015-06-05   조회수 : 1057
조상호(65·사진) 나남출판사 대표의 나무 사랑은 유별나다. 경기도 광릉의 6600㎡(2000평) 넘는 자택 뜰을 수목원처럼 꾸민 것으로 모자라 집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인 포천군 신북면에 20만 평 넓이의 수목원을 조성 중이다. 출판사 이름을 딴 나남수목원, 2008년에 시작한 숙원 사업이다.

 그가 나무를 사랑하게 된 인연을 털어놓은 산문집을 냈다. ‘아름다운 숲 나남수목원’이라는 어깨 제목이 붙은 『나무 심는 마음』(나남)이다. 투박 한 책 제목처럼 조 대표는 반듯한 문장으로 할 말을 한다.

 경북 울진의 800년 수령(樹齡) 금강송 군락지에서 감격해 소나무에 큰절을 올린 사연을 소개하고, 들국화나 참나무라는 이름의 꽃과 나무는 실제로 없는데도 있는 것처럼 잘못 사용되고 있다고 일깨운다. 평생 스승으로 모시는 시인 조지훈(1920~68)에 대한 글, 여행 산문 등도 책의 2~4부에 함께 수록했다.

 책에는 13년생 반송(盤松) 3000그루를 사들여 수목원에 심느라 강남 아파트 한 채 값을 투자했다는 대목이 있다. 수목원 전체에 들인 돈은 훨씬 거액이라는 얘기다.

 그는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마누라 빼고 다 바꾸라고 했지만 나는 마누라 빼고 다 팔아서 투자했다. 한 6년 미친 듯이 심었다”고 했다.

 이유를 묻자 “본업과 관계없는 취미로 남들이 술이나 포커를 즐길 때 나는 나무를 선택한 거다. 나무는 무엇보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성 들여 가꾼 만큼 결실을 보여준다는 얘기다.

 조 대표는 “한겨울에도 푸르른 소나무의 모습에서 선비의 지조가 느껴져 특히 좋아한다”고 했다. 조 대표에게 그런 소나무의 모습은 자유당 시절인 1960년 ‘지조론’이라는 글을 써 변덕스러운 당시 정치 현실을 질타했던 조지훈의 모습에 다름 아니다.

 그는 “수목원이 완공되면 회원제로 운영할까 생각 중”이라며 “계속해서 나무 심다가 죽어 수목원에 묻힐 것이고, 세상에 녹색 공간 한 자락 남기겠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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