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공간,다른 시간], 2015-06-03, 1960년대 20대 법학도의 눈에 비친 우리네 일상
매체명 : 연합뉴스   게재일 : 2015-06-04   조회수 : 1225
김중순 고려사이버대 총장의 같은 공간, 다른 시간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민주화 운동, 야간통행금지, 도시화, 경제개발….

1960년대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조금 더 평범하고 일상적인 1960년대 민초의 삶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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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당시 20대 법학도였던 김중순 고려사이버대 총장이 1963년 10월부터 1965년 6월까지 고(故) 함병춘 연세대 법과대학 교수의 연구원으로서 한국인의 법의식 조사를 위해 제주도∼소양강 일대를 답사한 견문기다.

이국적인 아열대 섬 제주에서 접한 아름다운 다도해와 강인한 해녀들, 낭만의 항도 목포에서 만난 넉넉한 인심과 문학적 감수성을 지닌 토박이 처녀, 병풍 너머 인터뷰를 요구하던 괴산 양반마을의 할아버지, 울산 바닷가 마을의 자연을 닮은 구릿빛 사내와 해맑은 아낙.

당시 소박하면서도 진솔했던 우리네의 삶이 저자의 시각으로 생생하게 담겼다.

"역시 (제주도의) 연만한 분들은 W리(里) 할머니처럼 통역이 필요할 정도였다. 어떤 할머니는 내가 이야기하면 웃기만 했다. 한나라 사람들끼리 의사소통이 잘되지 않으니 웃음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닌 것 같았다."(본분 59쪽)

"(목포 토박이) K양의 목포 소개는 짭짤한 비린내가 나는 부둣가의 살벌한 풍경을 보는 것부터 시작해서, 왁자지껄하는 바닷사람들의 모임과 생선 배를 따는 것을 장기로 하는 익숙한 칼질 장면도 구경시켜 주는 것이었다."(본분 94쪽)

그렇지만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엄혹한 역사가 남긴 상처나 당시의 시대상이 문득문득 엿보였다.

제주 4·3 사건의 트라우마로 뭍사람 공포증이 생긴 제주도민들의 모습 등이 그랬다.

1960년대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추억에 잠길 즈음 책은 타임머신을 돌려 현재로 훌쩍 돌아온다.

책 중간 중간에는 이후 미국에서 오랜 교수 생활을 한 저자가 2000년대 초 귀국해 그 시절, 그 공간을 다시 찾은 소감을 담은 두 번째 여행기가 담겼다.

1960년대와 오늘날 우리 영토가, 우리가 사는 모습이 어떻게 변했는지 비교해보는 것은 이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한다.

나남. 408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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