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심는 마음], 2015-06-03, “나이 들며 더 아름다워지는 것 나무밖에 없더라”
매체명 : 문화일보   게재일 : 2015-06-03   조회수 : 1068
“지구에 소풍 나온 기념으로 그럴듯한 녹색 공간을 남겨주고 싶다. 산에 묻힌 산 사람으로 살려 한다.”

36년간 2000여 권의 책을 출간하며 출판 외길을 걸어온 나남출판 대표이자 8년째 경기 포천군 산비탈에 ‘나남 수목원’을 가꾸고 있는 조상호(65·사진) 대표. 그가 나무를 심고 키운 이야기, 세월과 함께 자란 나무를 보며 느낀 생각들을 에세이집 ‘나무 심는 마음’(나남)에 풀어냈다. “나이 들면서 더 아름다워지는 것은 나무밖에 없다”는 그는 “나무처럼 늙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나무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30여 년 전. “아들의 초등학교 입학 기념으로 막 입주한 황량한 강남 개포동 7단지 아파트 입구에 거금을 들여 커다란 느티나무 두 그루를 심었다”는 것. 관리인의 지청구를 들으며 심은 느티나무가 이젠 거목으로 자랐다. 이어 오래전 파주 금촌 책 창고를 신축하기 위해 은행 대출을 받으면서 우연히 은행이 부실채권으로 갖고 있던 파주시 적성면 임야 1만5000평을 떠안게 된 것도 그를 ‘나무의 길’로 인도했다. 그는 산림조합의 가르침을 받아 자작나무, 느티나무 등을 심었다.

“모든 원고는 직접 읽고 출판한다는 원칙이지만 컴퓨터에 혹사당한 눈 때문에 집중력이 떨어져 출판을 계속하기 위해서라도 전혀 다른 활력소가 필요했다. 그것이 나무 심기였다”고 조 대표는 돌아봤다.

2008년 전국을 헤맨 끝에 찾은 경기 포천군 신북면 산비탈에 2만여 평의 나남 수목원을 가꾸며 보낸 시간에 대해 조 대표는 “뼛속까지 자연에 적응하려 몸부림친 시간”이었다고 했다. 최근 양지바른 곳에 2년생 산더덕과 산마늘 씨를 뿌리고, 물 많은 골짜기 음지엔 곰취 산나물 2만 포기도 심었다는 그는 “말로는 농부 마음을 가진다 했지만 여전히 도회지의 조급한 욕망의 찌꺼기들이 똬리를 틀고 있다”고 말했다.

“나무 심을 돈을 벌기 위해서도 책을 팔아야 한다”는 그는 일주일에 이틀 정도 수목원에서 머물고 있다. 그는 마무리 작업 중인 수목원 내 ‘책박물관’에 대해 큰 기대를 나타냈다. 내년에 문을 열 책박물관을 문화인들의 연대를 이끌 문화적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에세이집은 나무 이야기와 함께 조 대표가 만난 소중한 인연 이야기, 여행기 등이 함께 수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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