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2015-05-22, 이창훈 소설, 퇴계이황이 된 고교일진 '라이언'…미래세대 희망행진곡
매체명 : 뉴시스   게재일 : 2015-05-22   조회수 : 1131
세월호의 기억을 슬픔의 블랙홀에서 인양해 더 나은 미래로 향하는 디딤돌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우리 전통 사상의 큰 스승인 퇴계(退溪)의 인간적 면모와 선비정신을 재조명한 소설이 주목받고 있다.

퇴계 이황이 된 고교 일진 羅以彦(라이언)이라는 부제를 단 장편소설 라이언의 작가는 "세월호가 빨아들인 우리 사회의 거대한 에너지를 생산적으로 승화시키고 절망과 반목을 딛고 미래세대가 희망을 찾아 가도록 터닝 포인트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연금개혁과 청년실업 문제를 둘러싸고 갈수록 골이 깊어지는 세대갈등의 발전적 해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또한 새로운 한류 K스피릿의 희망을 투영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특기할 만하다는 평이다.

소설 속에는 고교생 라이언과 대립하는 자수성가형 60대 건설재벌 성찬수 회장이 등장한다. 그 성 회장과 여야 정치인들 간의 검은 커넥션이 스토리의 결정적 모멘텀이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을 미리 내다본 듯하다.

퇴계 이황과 8년에 걸쳐 사단칠정 논변을 펼친 고봉(高峯) 기대승이 선계(仙界)에서 세월호 사고를 놓고 나누는 대화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첫 장부터 강력한 흡인력을 발휘한다. 작중 퇴계는 아이들을 가만히 앉아 있게 만든 장유유서의 권위주의적 질서 형성에 일조한 장본인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그리고 앉아 있던 아이들을 일으켜 세워 새 시대의 주역으로 만들겠다고 결심하고 아름다운 선비라는 이름을 가진 고교생 라이언에게 빙의된다.

말썽꾸러기 고교 일진의 하이틴 로맨스를 밑바닥에 깔아 반전이 풍부하면서도 다면적이고 복합적인 재미를 제공한다. 라이언은 자신에게 빙의된 퇴계 선생과 하나의 육신을 시간대별로 번갈아 써야 하는 우여곡절을 겪는다. 둘은 라이언이 잠들기 전 휴대폰 동영상으로 질문을 녹화해 두면 자는 사이 퇴계가 동영상으로 답변하는 방식으로 대화를 나눈다. 독특한 구성의 표지 일러스트가 그 기발한 설정을 보여 준다.

라이언은 결국 퇴계의 설득에 넘어가 조선시대 명종 임금대로 3년간 시간여행을 떠난다. 시간여행 전까지의 이야기 전개속도가 시속 80㎞, 시간여행 과정이 100㎞라면, 시간여행에서 돌아온 후부터는 속도계가 150㎞를 넘나드는 고속질주다.

출간 전 저자는 복사집 가제본을 수십 권 만들어 미리 독자들의 반응을 점검했다. 책을 읽어본 20대 여대생부터 50대 시인과 소설가까지 다양한 세대의 독자들은 한 번 잡으면 좀처럼 눈을 뗄 수 없다고 찬사를 보냈다. 작가가 전반부에 교묘하게 깔아놓은 복선들이 생생하고 탄탄하게 맞물려 돌아가면서 스펙터클한 드라마가 펼쳐진다.

퇴계 필생의 역작이자 극중 빙의의 모멘텀이 되는 성학십도를 쉽고 간명하게 풀어낸 新(신) 성학십도는 단순한 흥밋거리를 넘어서는 인문학적 울림을 전한다. 또 라면의 추억과 맛을 재치 있게 형상화한 작중 라이언의 자작시 라면별곡은 누구에게나 무릎을 칠 만한 공감을 자아낸다. 음양오행에 입각한 퇴계와 율곡((栗谷)의 운명 비교, 한자는 중국의 문자가 아니라 한글과 함께 한민족의 문자창안 DNA가 만든 우리 고유의 문자라는 가설 등 논쟁적 요소도 등장한다. 현실과 싱크로율이 높은 사회풍자적 우화를 원한다면 이 작품에서 순도 100%의 만족을 찾을 수 있다.

작가 이창훈은 기자(매일경제신문 오피니언부 부장)다.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의 평행이론 같은 8가지 공통점을 찾아내 미국인들도 잘 모르는 그 발견을 잡스처럼 꿈꾸고 게이츠처럼 이뤄라로 썼고, 삼성전자와 애플의 DNA를 비교한 초월하는 애플, 추월하는 삼성을 출간했다. IT 관련 발명특허도 몇 개 냈다. 459쪽, 1만3800원, 나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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