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난,마오로드], 2015-05-16, 후난성서 출발한 '마오 신화', 중국 운명 결정된 여행…『후난, 마오로드』
매체명 : 매일신문   게재일 : 2015-05-16   조회수 : 1124
후난, 마오로드/ 서명수 지음/ 나남 펴냄
중국 전문기자인 저자가 청년 시절 마오쩌둥이 걸었던 후난성의 다섯 개 현들로 이어지는 마오로드를 찾아나섰다. 제1사범학교 동창생이자 옆 동네에서 함께 자란 마오쩌둥과 샤오위는 여름방학을 맞아 주머니에 땡전 한 푼 없이 거지여행을 떠났다. 이들은 여행의 피로에 몸이 녹초가 됐지만 밤마다 토론을 멈추지 않았다.

"정치권력이 칼과 같다는 말인가? 칼이 살생을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애초에 만들지 말아야 했다는 말은 아니겠지? 칼은 정교한 조각을 만드는 데도 쓰인다고. 마찬가지로 정치권력도 나라를 조직하고 개발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 거야.……진시황, 한고조, 당태종, 송태조, 칭기즈칸, 주원장, 그리고 그 밖의 다른 사람들을 보라고. 그 사람들이 정직했나? 태곳적부터 중국에서 권력을 숭상하던 사람들은 정신이 비열한 사람들이었네. 권력과 비열한 정신은 서로 밀접한 관계에 놓여 있어……."<마오쩌둥>

"중국 역사든 다른 나라 역사든, 그것을 분석해보면 적을 죽이려고 하지 않은 정치란 찾아볼 수 없어. 최고의 정치가들도 국민을 죽이거나 다치게 하기 쉽다는 말이야. 난 그런 걸 선한 행위로 인정할 수 없네.……"<샤오위>

절친한 친구였지만 타고난 성격과 정치적 견해가 달랐던 두 사람은 무전여행 내내 정치적 이견 때문에 사사건건 논쟁을 벌였다. 그리고 그들의 운명은 (저자가 마오로드로 명명한) 이 길에서 이미 결정됐다. 두 사람은 이후 서구 열강의 각축장이 된 중국을 개혁하겠다는 열정으로 신민학회를 조직하고 중추적인 역할을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권력욕을 공공연하게 드러낸 마오쩌둥과 달리 샤오위는 러시아 공산주의가 중국에 도입될 경우 중국인들은 자유를 강탈당하고 불행해질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자본주의에 반대하지만 자유를 버릴 수 없었던 샤오위는 공산주의를 반대한 최초의 중국인으로서 국민당의 중심인물이 됐다, 그리고 마오쩌둥의 신중국이 건설되자 다시는 중국(본토)으로 되돌아가지 않았다.

예나 지금이나 중국 최고 지도자는 만들어진 이미지 속에서 행동한다. 마오쩌둥 시대부터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이 인민을 사랑하는 지도자의 모습이었다. 그 이면에서 권력의 칼을 휘둘렀지만, 대중이 본 그들은 온화한 인민의 아버지일 뿐이었다.

마오의 실체를 가장 잘 보여준 사건은 문화대혁명이었다. 공산당 내부의 반대파들을 제거하기 위한 권력투쟁에 중국 전체가 말려들었던 것이다. 그 여파는 시골마을이었던 부용진에도 찾아왔다. 부용진의 원래 지명은 왕촌. 문화대혁명을 소재로 한 씨에진 감독의 영화 <부용진>이 유명세를 타면서 지명이 정말로 부용진으로 바뀌었다. 문화대혁명을 빙자한 인민의 희생을 고발한 영화가 마오의 고향인 후난성에서 촬영됐다는 것은 문화예술인들이 감당해야 했던 그 시대의 무게와 고통이 얼마나 컸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 또 다른 역사의 아이러니가 있다. 지금 신중국을 사는 (그 시대를 살아남은) 그 누구도 마오 시대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모두가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였던 셈이다.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변하면서 마오의 신화도 한 꺼풀씩 벗겨지고 있지만, 여전히 중국인들에게 마오가 신으로 추앙받고 있는 이유 중 하나이다. 상점이나 가정집 어디서든 흔하게 마오의 초상화를 볼 수 있고, 홍커(붉은 여행객: 중국 혁명의 성지를 찾아 나서는 여행객)들은 마오의 고향인 샤오산과 혁명의 근거지였던 산시성 등 마오의 길을 찾아 참배한다.

그런데 마오는 더 이상 폭군도, 선정을 베푼 주석도 아니다. 그저 중국인들이 위안을 받고자 하는 신과 같은 존재이자 참배의 대상이며, 돈을 벌게 해주는 재물신이다. 30여 년간 마오의 시대가 만들어낸 무신론과 유물론, 배금주의의 결합이 오늘날 마오 신격화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책 속에서나마 마오로드를 걸어보면, 과거와 현재의 진짜 중국 속살을 느껴볼 수 있다. 396면, 1만8천원.
첨부파일 후난 마오로드 표지.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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