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오디세이], 2015-05-10, [인터뷰] "한국 금융의 비극은 官治…2인자 인정하는 리더 필요"
매체명 : 조선비즈   게재일 : 2015-05-10   조회수 : 1132
‘리더십 오디세이’ 낸 장명기 전 외환은행 수석부행장


▲ 장병기 전 외환은행 수석부행장/이태경 기자“한국 금융의 비극은 관치(官治) 탓이다. 정부는 은행을 기업으로 인정하기에 앞서 정책 수행의 도구로 인식한다. 각 은행장들이나 은행연합회장이 자율적으로 발표해야 할 내용을 왜 정부가 발표하는가.”

44년 은행원 외길을 걷다가 지난해 퇴임한 장명기(63) 전 외환은행 수석부행장은 쓴소리를 내뱉었다.

그는 군산상고를 졸업하고 산업은행에 입행한 뒤 신한은행을 거쳐 2003년 외환은행 부행장에 올랐고 2014년까지 상임이사, 수석부행장을 역임한 정통 뱅커다. 장 전 수석부행장이 4월 중순 은행원 생활을 통해 체득한 리더십에 관한 저서 ‘리더십 오디세이’를 냈다.

지난 7일 장 전 부행장을 서울 중구 한외빌딩 외환은행 고문실에서 만났다. 현재 금호석유화학 사외이사로 활동 중인 그는 이따금씩 이곳을 찾는다고 했다. 그는 “안심전환대출 같은 상품을 봐서도 그렇고 정부의 은행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야 은행이 자율성을 키울 수 있고, 금융 국제화 등 선진화 과정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을 사례로 들어 내부 혁신도 강조했다. “신한은행이 튼튼하고 짜임새 있는 조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 한동우 현 신한금융 회장에 이르기까지 리더들이 정부 외풍에도 확고한 철학을 갖고 혁신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장 전 부행장은 1983년 당시 신설은행이었던 신한은행으로 전직해 20여년간 근무했다. 그는 저서에서 상고 출신인 본인이 산업은행 조직 문화에서 성장의 한계를 느껴 신한은행으로 옮겼다고 적었다. 임원이 꿈이었다던 그는 신한은행에서 부행장까지 올랐다.

그는 “신한은행은 설립 초기에 나처럼 기존 은행에서 인정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직원들이 모인 곳이었기 때문에 자칫 사분오열될 수 있었지만 위에서부터 우량은행이 되자는 메시지를 명확히 제시했고 보상에 대한 확신도 준 것이 잡초 근성, 파이팅 정신 같은 지금의 ‘신한 DNA’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은행이 2인자를 장기적으로 키울 수 있는 문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했다. 장 전 부행장은 “지금 은행 리더들을 보면 자신에게 반대 의견을 내놓거나 약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후계자를 허용할 만한 그릇이 안 된다”면서 “제너럴인렉트릭(GE) 처럼 리더 가능성이 있는 후보군을 여러명 선정해 오랜 기간 능력, 성품 등을 면밀히 검증해 리더십을 양성하는 게 어느 때보다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6월 15일 정부와의 ISD(투자자·국가 간 소송) 첫 심리를 앞두고 있는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대한 생각도 물었다. 그는 론스타가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해 국내에 들어오면서 외환은행 부행장으로 자리를 옮겼었다.

그는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판 것은 첫단추부터 잘못 꿴 것”이라고 했다. 이어 “론스타는 사모펀드로 기본적으로 단기에 수익을 내고 투자자들에게 배당을 주는 구조로 운용된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론스타에 저리(低利)로 없는 사람들에게 혜택 안 주냐고 투덜댔다. 애초부터 정부가 사모펀드에 은행을 넘겼다는 것은 (1금융권에서 사려는 은행이 없었기에 불가피했지만) 그런 것을 기대할 수 없다는 걸 의미하는데도 말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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