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숨], 2015-04-29, '물숨', 사선 넘어 욕망을 건져내다
매체명 : 제민일보   게재일 : 2015-04-29   조회수 : 1070
숨비소리가 있다. 해녀들이 물질을 하고 물 밖으로 떠오를 때 호오이하고 뱉어내는 숨소리다.

반면 물숨도 있다. 물 속에서 하는 호흡을 말한다. 해녀에게 물숨은 남보다 더 빨리, 더 많이 가지려는 욕망과 같다. 숨비소리가 생(生)의 기로라면, 물숨은 사(死)의 기로인 셈이다.

제주출신인 영화사 숨비의 고희영 대표는 물숨에 주목했다. 해녀가 목숨을 걸고 잠수하는 바닷속 이야기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 이를 관찰하기 위해 2008년 3월 우도로 들어갔다.

그리고 지난 2013년 3월 섬을 나와 이 6년간의 기록을 책과 영화로 제작했다.

먼저 공개된 것은 책이다. 신간 「해녀의 삶과 숨-물숨(나남·2만4000원)」을 출간해 우도 해녀들의 삶을 엮었다.

처음 섬을 밟았을때 주민들에게 받은 냉대, 해녀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보리빵 배달녀가 돼야했던 사연, 전조등이 없는 길을 자전거로 헤쳐가다 길 아래로 구르던 일 등 에피소드는 구구절절하다.

정을 맺은 후 우도 해녀들의 이야기는 더욱 심금을 울린다. 열여덟 딸을 잃게 한 바다에서 평생 물질을 하는 김정하 할머니, 보리빵을 좋아하던 고창선 할머니를 바다에 묻게 된 사연 등은 해녀의 삶 자체였다.
책 작업과 더불어 영화 제작도 함께 이뤄졌다. 고희영 대표는 다큐멘터리 영화 물숨을 제작, 개봉을 앞두고 있다.

김치연 상명대 교수와 황도철·김원국·이병주 감독이 촬영을 맡고 대본은 드라마 모래시계의 송지나 작가가 썼다. 우도 해녀들의 다양한 면을 담아낸 책과 달리 영화는 물숨에 초첨을 맞춰 관찰의 기록을 풀어냈다.

저자는 "제주는 나의 탯줄을 끊어준 섬이기도하고 내 정신의 열대이기도 하다. 남은 꿈은 제주 우도에 작은 다큐멘터리 영화관을 만들고 그곳에서 해녀로 사는 것이다. 평생 똥군으로 살더라도 해녀 삼춘들의 마지막을 기록하며 그 바다에서 싱싱한 삶의 이야기들을 건져 올리고 싶다"고 전했다. 이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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