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사 시아버지, 된장찌개를 물려주다
매체명 : 시사INLive   게재일 : 2010-12-27   조회수 : 3986
우연히 교보문고 요리책 코너에 갔다가 서가 한 귀퉁이에 누가 볼세라 얌전히 꽂혀 있는 책 한 권을 발견했다. 시아버지가 며느리에게 일러준 100가지 요리법이라는 부제가 눈길을 끌었다. < 밥상을 차리는 작은 지혜 > (나남출판사)라는 제목 위에 입에서 입으로 전해오는 맛의 비법 요리 좀 한다는 사람들이 더 탐내는 책이라는 카피 문구에 혹시 하는 심정으로 얼른 된장찌개 편부터 펼쳤다.

"옛말에 된장국은 마실 나가는 남편의 뒤통수를 보고 안치고 된장찌개는 남편이 들어오는 대문소리를 듣고 안친다는 말이 있다"라는 대목이 확 눈에 띄었다. 순간 쾌재를 불렀다. 어릴 적 어머니께서 끓여주신 된장찌개 맛을 재현해보려고 요리에 입문(?)한 이래 수많은 요리책을 펼쳐봤지만 된장찌개 맛 내는 비결을 찾을 수 없었다. 드디어 임자를 찾았구나 싶었다.

저자인 조용옥씨(65)에게 그 얘기부터 꺼냈더니 "된장을 조금 넣는 된장국에 비해 된장을 많이 넣는 된장찌개는 5분 이상 끓이면 안 된다. 이것을 찾아내는 데 3년이 걸렸다"라며 웃었다. 공인회계사 및 행정고시를 패스하고 국세청 고위 공무원을 거쳐 서울 강남에서 자기 이름으로 공인회계사 사무실까지 갖고 있는 그가 매 끼니 먹은 한식 요리비법 탐구에 나선 건 4년 전 며느리를 들이면서부터. 며느리들에게 몸소 요리법을 전수하고자 고향인 경기도 양평의 솜씨 좋은 할머니 한 분을 사부로 모시고 비법을 연마했다. 그 밖에도 온갖 군데 요리 정보를 모아 일일이 테스트했다.

이렇게 해서 레시피만 난무하는 요리책 세계에 전무후무한 요리 비법서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집안 대대로 물려줄 요량으로 시작했는데 어쩌면 역사에 남을 책이 될지도 모르겠다"라며 그는 환하게 웃었다.

2010.12.27 시사INLive
남문희 대기자 / bulgo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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