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직기자 직업 변천·지역신문 기자 정체성 조명
매체명 : 경향신문   게재일 : 2010-12-29   조회수 : 3882
ㆍ계간 ‘언론과 사회’

계간 ‘언론과 사회’ 겨울호는 해직기자들의 삶과 직업, 지역신문 기자들의 작업 문화와 정체성 연구를 통해 한국 언론의 과거와 현재를 조망하는 기획을 냈다.

브리짓 바르도로 변신 김세은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의 ‘해직 그리고 그 이후…’는 1975년 동아투위·조선투위로 일컬어지는 사태로 해고된 기자들과 80년 군사정권 등장으로 해고된 언론인들을 연구·분석한 논문이다. 해직 이후 삶과 직업이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그 변화의 정치사회적·언론사적 의미를 정권별로 살폈다.

박정희 정권 때는 ‘밥벌이의 어려움과 변절의 유혹’ 시기다. 해직기자들은 당국의 감시와 탄압, 취업방해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었다. 잡지사를 차리거나 번역, 옷장사를 했다. “먹고사는 문제로 가슴 두근거리는 병까지 생겼던” 송건호는 문공부 장관직을 제안받았지만 거절했다. 전두환 정권 시기 기자들은 투사로 변한다. 민주언론운동협의회로 결집한 이들은 해직교수들과 함께 비판적 지식인이라는 새로운 사회적 범주를 형성했다는 게 김 교수의 분석이다.

노태우 정권 시기 한겨레 창간으로 결집했고, 김영삼 정권 때 야당지도자로서 군사독재를 계승한 정권의 성격 때문에 해직기자들의 진로는 정당별로, 정치성향별로 엇갈렸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는 언론기관 요직을 차지한다. 김 교수는 “해직기자들이 지닌 비판언론으로서의 상징성, 그리고 희생과 비타협의 상징성은 90년대 후반 정권 교체와 더불어 흐려지기 시작한다”며 “김대중 정부 들어 적지 않은 해직 언론인이 이른바 정부기관에 등장하는 가시적 변화를 겪게 된다”고 말했다.

‘지역신문 기자의 작업 문화와 정체성 형성에 대한 연구’(전남대 한선·이오현)는 광주 지역 기자, 홍보공무원, 시민단체 관계자 등을 면접 조사한 결과다. 지역언론계는 외환위기 이후 기자로서 자존감을 지키기 어려운 경영환경이 지속됐다. 과거보다 3분의 1 정도인 25~30명이 취재·교열·편집까지 다역을 하고 있다. 기자 윤리나 직업정체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일이 ‘사치스러운’ 고민으로 치부되는 현실이 됐다. 관공서 발주 공사 수주나 지자체 개최 행사의 프리미엄을 포착하는 데 유능한 기자가 편집국의 주요 보직에 배치되는 역할 모델의 변화가 일어났다. 한선 박사는 “지역 기자들은 저항적 저널리즘 활동을 모색하기보다 왜곡된 현실에 순응하거나 구조에 맞도록 제3의 보상체계를 동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자신의 정체성을 적응시키는 경향을 보였다”고 말했다.

2010.12.29 경향신문
김종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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