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 위해 요리책 낸 시아버지
매체명 : 매일경제   게재일 : 2010-11-01   조회수 : 4198
"오이소박이 맛있게 담그는 법 아세요?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소금에 절인 다음 오이소를 넣어야 아삭아삭해요. 그런데 끓는 물에 데치라고 가르쳐주는 요리책은 없더라고요."

국세심판원 행정조정실장, 서초ㆍ삼성세무서장, 대전지방국세청 조사국장을 지낸 조용옥공인회계사사무소 대표 조용옥 씨(65).

조세 전문가인 그가 회계 관련 서적이 아닌 요리책을 내 눈길을 끌고 있다. `밥상을 차리는 작은 지혜(나남출판사)`. 시아버지가 며느리에게 일러준 100가지 요리법`이란 부제도 달렸다.

요리책을 쓰게 된 동기가 무척 궁금했다. "갓 시집온 며느리가 집에서 밥을 지어 먹지 않고 외식만 하는 게 안타까워 며느리에게 한 달간 요리 과외를 시켰는데 효과가 없어서 직접 나섰죠." 그는 고향인 경기도 양평의 시골 할머니들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조리법(레시피)과 인터넷 등에서 얻은 다양한 정보를 토대로 직접 음식을 만들어봤다. 시작은 콩나물무침, 시금칫국 등 기본이 되는 두세 가지 메뉴였지만 그렇게 레시피를 만들어 며느리에게 준 노트가 벌써 대여섯 권이나 된다. 메뉴 노트를 지인들에게도 선물했더니 책으로 내라는 제안들이 잇달았다.

"요리 전문가가 아니라 처음엔 거절했어요. 그런데 시중 요리책들을 탐독해보니 제 노트와 많이 달라서 용기를 내게 됐죠."

실제로 그의 책은 전통 한식도, 세련된 퓨전 한식도 아닌 그야말로 아침 저녁 밥상 위에 오르는 국 찌개 김치 반찬 등 소박한 음식들을 다룬다. 하지만 그 방법은 보통의 책에서 말하는 내용하고는 좀 다르다. 김치 하나, 된장찌개 하나 만드는 데도 전해 내려오는 할머니 손맛과 지혜가 담겼다.

"예부터 된장국은 남편이 마실나갈 때 끓이고 된장찌개는 남편이 마실서 돌아올 때 끓이라는 말이 있어요. 된장국은 된장이 조금 들어가니 오래 끓이고, 된장찌개는 된장이 많이 들어가 오래 끓이면 텁텁하니 짧게 끓이라는 얘기죠. 그런데 이런 지혜를 알려주는 책이 없어요."

기본적인 밥상 음식들을 제대로 만드는 법을 자상하게 알려주다보니 이 책은 요리초보인 젊은 신혼부부나 기러기 아빠들에게 요리 지침서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음식을 맛있게 만들려면 레시피도 중요하지만 식자재를 잘 쓰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계절에 따라 어떤 재료들을 골라야 하는지를 책 곳곳에 `팁`으로 담았다. 또 모든 조리의 기본 양념으로 설탕을 안 쓰고 맛간장을 쓰기 때문에 맛간장 만드는 방법도 소개하고 있다. "우리집 며느리들은 이제 시금칫국도 잘 끓이고 외식도 안해요. 네 살, 두 살 손자들도 김치고갱이, 깻잎쌈도 먹고요. 제 책을 보고 며느리랑 육개장을 끓여보니 너무 맛있더라는 격려도 듣고. 이런 게 보람이죠."

2010.11.01 매일경제
[김주영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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