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추천 도서-리바이어던
매체명 : 대전일보   게재일 : 2010-08-28   조회수 : 5310
전문가 추천 도서-리바이어던
17세기 홉스가 본 인간과 사회 오늘날 우리모습과 너무 닮아

김용환 한남대 철학과 교수

서양 정치 사상사의 대표적인 고전 중 하나인 토마스 홉스의 ‘리바이어던’이 우리말로 제대로 번역되어 출판됐다. 대전대학교 정치언론홍보학과의 진석용 교수가 번역했다. 리바이어던이 한국어로 번역된 적은 이전에도 몇 번 있었지만 진 교수의 이번 완역은 앞선 것들을 여러 가지 면에서 뛰어넘는다. 직역과 의역을 적절하게 사용해 독자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했고, 풍부하게 역자의 각주를 제공하고 있어서 홉스 철학과 작품에 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전문가들만이 아니라 고등학교 학생 이상이라면 누구라도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홉스의 독자층이 그만큼 늘어날 것도 기대된다.

리바이어던은 구약성서 욥기에 나오는 거대한 힘을 가진 괴물의 이름이다. 지상에서 적대할 자가 없는 최고의 힘을 가진 리바이어던은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군주가 통치하는 국가를 상징하고 있다. 이런 괴물의 이름을 가진 이 책이 왜 서양정치사상사에서 고전이 되었을까? 아마도 그것은 시대를 넘어 홉스의 탁월한 이론과 사상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리바이어던에 담겨 있는 메시지를 몇 가지 요약한다면 다음과 같다.

첫째, 17세기에 홉스가 바라본 인간과 사회의 모습은 21세기 한국 사회나 우리 자신의 모습과 너무도 닮아있다. 신자유주의 사상이 전 세계를 경쟁의 전투장으로 만들고 있는 현재 상황을 보면 360년 전에 이미 홉스가 말하고 있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상태’인 자연상태와 다를 바 없다. 그리고 공동체 의식은 붕괴되고 서로가 서로를 경쟁 상대자로 보고 죽기 살기 경쟁을 부추기는 현대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자화상은 이미 ‘인간은 인간에 대해 늑대’라고 말한 홉스의 예견과 다를 바 없다.

둘째, 리바이어던은 인간의 욕망 추구가 결코 도덕적으로 비난받은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쾌락을 추구하고 고통은 회피하려는 본능을 갖고 있다는 쾌락주의의 전통에 서서 인간의 욕망 추구를 정당화해 줌으로써 합리적 이기주의에 도덕적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유재산의 축적과 정당한 사용에 대해 그 권리를 당당하게 부여해 주어야 한다는 홉스의 생각에 우리가 동의하고 있지 않은가.

셋째, 리바이어던은 사회 계약사상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고 있다. 계약이 없는 곳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현대 사회는 넓은 의미에서 계약사회이다. 민주주의 통치 형태도 계약 관계에서 비롯되며, 경제활동, 결혼제도 등 사회제도 대부분은 계약 관계로 설명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들의 작은 일상생활에서도 지켜져야 하는 약속은 계약의 정신에 그 뿌리가 있다. 이처럼 [리바이어던]은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계약론의 원천기술을 담고 있다.

넷째, 리바이어던의 절반 이상을 성서해석 및 신학적인 물음들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는 시대를 넘어 여전히 우리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해 주고 있다. 타락한 성직자와 교회 그리고 신학자들의 왜곡된 교설이 사회를 분열시키고 있다는 홉스의 비난과 지적은 종교적 분열과 갈등을 겪고 있는 한국 사회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리바이어던을 우리 사회를 향한 홉스의 경고 및 충고로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의 가치는 더욱 빛날 것이다.

2010.08.28
김수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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