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격 있는 언론’으로 가는 길
매체명 : 한겨레신문   게재일 : 2010-09-06   조회수 : 4107
〈민주주의와 언론〉

지난달 고려대 신문방송학과에서 정년퇴임한 김민환 명예교수의 칼럼을 모았다. 김 교수는 퇴임 이후 남도의 섬 보길도로 거처를 옮겼다. 정년이 되면 바로 서울을 떠나 낙향할 수 있는 용기를 달라던 그의 기도가 현실로 옮겨졌다. 김 교수는 중도 성향의 언론학자로 분류된다. 진보·보수 분류가 낯설지 않은 학계이지만 언론학 쪽의 구분은 조금 더 진하다. 언론과 유관단체가 정권에 휘둘리면서 학자들까지 휩쓸려 간다. 정파에 속하기를 거부한 그가 권력의 유혹을 떨치고 섬으로 떠난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럽다.

민주화 이후 언론계 현안을 두루 드러내 보이는 그의 글의 핵심 메시지는 ‘우리도 품격 있는 언론을 가져보자’이다. 그가 보기에 조·중·동이나 <한겨레> 모두 ‘자격 미달’이다. 교양 있는 지식층 모두를 아우를 수 없다고 본다. 대안은 객관주의고 모델은 <뉴욕 타임스>다. 부분을 종합해야 진리에 다가설 수 있다는 존 스튜어트 밀의 생각을 전하며 다른 견해에도 귀 기울이기를 권한다. 김 교수는 결국 독자가 언론을 바꿀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에서 황색저널리즘, <뉴욕 타임스>를 자리잡도록 한 것도 바로 그 시대의 독자였다는 설명과 함께.

김 교수는 여러 글에서 품격 있는 언론으로 가는 기본을 일깨운다. 검찰이 <문화방송> 압수수색을 시도하면 모든 언론사가 벌떼같이 일어나 방송사를 엄호했어야 했다고 썼다. 백발의 기자들이 일선에서 취재를 하는 시스템이 되어야 기자들이 떼거리로 몰려다니며 우르르 돌을 던지는 한국 언론의 병폐가 고쳐질 것이라고도 했다. /나남·1만6000원.

2010.09.04 한겨레신문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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