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S. 밀의 '정치경제학원리' 완역 >
매체명 : 연합뉴스   게재일 : 2010-09-09   조회수 : 4384
"국부론(國富論)은 여러 부분에서 구식이고 모든 면에서 불완전하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에 활약한 사상가이자 경제학자인 존 스튜어트 밀(1806~1873)이 1848년 정치경제학원리라는 책을 출간하면서 서문에 넣은 말이다. 약 100년 전 경제학 선배인 애덤 스미스(1723~1790)의 국부론을 비판하는 이유는 자신의 책이 그것을 극복하고자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밀의 의도대로 정치경제학원리는 대성공을 거둬 1890년 마셜의 경제학원리가 나올 때까지 영국 경제학의 경전으로 군림했다.

경제학 전공인 박동천 전북대 교수는 밀이 고전파와 신고전파, 개량적 사회주의 등이 뒤섞인 이 책에서 "자유주의를 옹호하면서도 자본주의의 모순을 시정하기 위해 자유방임을 배격하고 제한적인 정부개입에 찬성했다"고 평한다.

한 켠에서는 고전경제학의 오류를 집대성했다는 혹독한 비판을 받긴 하지만 고전경제학의 완결본이라는 점에서는 이론이 없는 정치경제학원리(나남 펴냄)가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학술명저 번역총서(서양편)에 포함돼 최근 박 교수에 의해 완역돼 나왔다.

번역본 기준으로 글자수 150만, 단어수 36만, 200자 원고지로 8천장에 달하는 이 대형 경제학 고전이 4년을 투자한 끝에 한글판으로 온전하게 선보인 것이다.

그 역시 유명한 경제학자인 제임스 밀의 아들인 J.S. 밀은 국내에서는 자유론이라든가 공리주의와 같은 저술을 남긴 정치학자 정도로 이해되지만, 그의 학문적 근간은 정치경제학임을 이번에 번역된 경제학 이론서가 여실히 보여준다.

역자인 박 교수는 신고전학파 경제학의 창시자로 꼽히는 밀이 고전파 경제학을 계승해 자유주의를 견지하면서도 사회주의의 주장을 일부 수용해 분배의 개선과 사회의 점진적 개혁을 주장하는 이론을 폈다고 말한다.

그런 맥락에서 밀은 생산을 증가시키는 데 중요한 것은 자본축적이므로 사유재산을 보장해주고 적절한 보상을 해주어야 투자위험이 따르는 자본축적이 촉진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밀은 가치의 크기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는 고전학파의 노동가치론을 떠나 획득의 난이도뿐만 아니라 소비의 효용도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고 봤으며, 누진세 대신에 비례세를 옹호하기도 했다.

평등한 조세는 희생의 평등을 의미하므로, 누진세는 열심히 일하고 더 많이 저축하는 사람을 제재하는 것으로 온건한 형태의 도둑질이라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상속재산은 기회의 평등을 저해하므로 상속세를 무겁게 매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박 교수는 이런 밀이 현실의 자본주의에는 비판적이었으며 말년에 가서는 사회주의에 가까워졌다고 하면서 그렇지만 "점진적 사회주의는 수용했지만 절대적 평등을 주장하고 중앙기구가 생산을 결정하는 공산주의는 경제활동의 동기를 저해하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것이므로 실행될 수 없는 것으로 비판했다"고 말한다.

전4권, 각권 432~480쪽. 권당 2만5천원.

2010.09.09 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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