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 작가가 쓴 한국사회 '루저'스토리
매체명 : 국제뉴스   게재일 : 2010-07-23   조회수 : 4213
하동 작가가 쓴 한국사회 루저스토리
하아무 첫 소설집 마우스 브리더 펴내
자본주의 경쟁에서 탈락한 인간군상 묘사 탁월한 입담

그란데, 오늘 그 면접관이라는 XX가 내보고 머라칸 줄 압니꺼? 우리는 다시 한 번 주대를 바라봐 주는 것으로 관심을 표명했다. 그 회사가 중소기업이라도 명색이 아이티 관련업체고 내가 경영학과를 나왔는데 한다는 말이, 시골에서 농사나 짓지 뭐하러 서울까지 왔느냐, 그카는 기라요. 나는 면접관한테 그런 소리를 처음 들어보고 황당해서 암소리 몬하고 있는데, 그 XX가 또 옆에 있는 다른 면접관한테, 딱 보니까 농사 잘 짓게 생겼네, 하믄서 시시덕거린다 아입니꺼. 내가 얼굴이 벌개져서 나와가꼬 우찌우찌 지하철을 탔는데, 그때사 나도 모리게 눈물이 나는 기라요(수록작 백제고시원 중)

경남 하동에 살고 있는 소설가 하아무(44·사진) 씨가 첫 소설집 마우스 브리더(나남)를 펴냈다. 그는 2003년 작가와 사회로 작품활동을 시작했고 2007년 전남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으며 2008년 MBC창작동화대상을 탔다. 마우스 브리더에서 작가는 시대를 붙들고 뒤척이면서도 재미나는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이야기꾼의 본능을 주체 못하는 듯하다.

수록작 백제고시원은 서울의 월 15만 원 짜리 고시원에 의탁해 살아가는 힘겹고 찌질한 인생들이 부대끼는 이야기를 축으로 한다. 정작 벌어놓은 것은 한푼도 없으면서 남이 쓴 재테크책을 윤문해가면서 입에 풀칠을 하는 나부터 남편에게 버림받은 중년의 빠리이야기 카페 사장이나 일용직노동자, 취업재수생 등 인물들이 탄탄하게 살아있다.

이들은 사회의 숨가쁜 경쟁에서 탈락했거나 탈락직전에 있다. 또는 그런 사회적 경쟁 자체에 지치고 넌더리가 나 있는 사람도 있다. 주인의 고향을 따서 백제고시원이라고 이름지었다가 옥상에서 한 고시생이 자살한 뒤로는 낙화암 고시원이라는 별명을 얻었다는 소설의 무대 자체가 절묘한 상징성을 갖는다.

국도 2호선은 국도변에서 성인용품을 파는 두찬이와 그 곁에서 장사를 하는 영우와 순옥이 주인공이다. 억세고 못생겼지만 싹싹하고 의리도 있는 것 같던 두찬이는 소설 끝에 가보면 놀라울 정도로 나쁜 놈이다. 영우는 자신도 모른 채 두찬이에게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빼앗긴다. 역시 두찬이에게 호되게 당한 엄지를 만나 자초지종을 알게 된 영우가 뺏긴 것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적인 엄지의 손길에 몽롱하게 미소짓는 장면은 명장면이다.

80개의 알을 낳아 입속에서 부화하고 기르기도 하면서 그 동안 자신은 아무 것도 먹지 않는 열대어가 마우스 브리더다. 수록작 마우스 브리더는 가장으로서 해야할 일에 대한 강박에 빠진 한 남자의 행로를 긴장감 있게 보여준다. 단편 10편을 수록했는데 학생운동 회고장면 등에서 낭만적인 시선이 좀 넘치는 점은 아쉽다. 하지만 그때 그 기억을 다양하게 변주하려는 시도는 눈길을 끈다.

2010.07.23 국제뉴스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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