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일의 대학과 책]미국의 대전략: 외교정책과 군사전략 /로버트 J. 아트 저/김동신, 이석중 공역
매체명 : 대구매일신문   게재일 : 2009-12-24   조회수 : 5212
주변을 둘러볼 시간입니다. 개인적인 관계에서 국가 간 관계까지 차근차근 챙겨야 합니다. 은혜 입은 것은 은혜 입은 것대로, 마음 상한 것은 마음 상한 것대로 감사하고 풀어야 합니다. 엽서 한 장을 보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문자 메시지나 e-메일이 아니라 짧은 글이라도 손수 쓴 글이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분명 쓰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서로의 체온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쓰는 동안, 읽는 동안 행간에는 상대의 모습이 떠오를 것입니다. 그러면 기쁨은 더 커지고, 응어리진 멍울들은 눈 녹듯 사라질 것입니다. 가까운 지인일수록 알게 모르게 맺힌 것이 더 많을 수 있습니다.
국가 간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가까운 우방을 오히려 잘 모르고 지냅니다. 미국이 바로 그렇습니다. 세계 초강대국으로서 안보와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문화 모든 면에서 발전 모델이 되는 미국이지만 우리는 미국을 잘 모릅니다. 단순히 아름다운 나라(美國)라고만 알고 믿고 있습니다. 일본이 왜 미국을 부자나라(米國)라고 하는지에 관심두지 않습니다. 왜 6`25전쟁을 도왔고, 왜 지금도 우리 대신 북핵 문제를 떠안고 있는지를 모릅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미국을 우방, 맹방이라고 말합니다. 미국이 9`11테러와 2008년 경제 위기로 상처를 입었을 때 우리가 한 일은 우리의 손익을 계산하는 것이었습니다. 미국에 대해 조금만 더 알고 깊이 있게 이해한다면 우리도 미국도 함께 살 수 있는데도 말입니다.

미국 브랜다이스대학교의 로버트 J. 아트 교수가 쓴 『미국의 대전략: 외교정책과 군사전략』(나남출판사, 2005)을 보면 미국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미국과 같은 거대 국가도 생존을 위해서는 국가 이익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때로 자국의 이익을 위해 타자를 핍박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는가에 따라 대응도 달라질 것입니다.

미국은 지금의 국제상황을 절박하고 중대한 군사적 위협은 없지만 대규모의 테러 위협이 상존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환경 문제로 인해 지구의 온도가 상승하고 있지만, 경제적 상호의존이 확대되고 있고 민주주의가 보편적 가치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추세라고 봅니다. 이러한 상황 인식에 근거해 미국은 자국의 중대 이익을 순차적으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사활적 이익’은 자국의 영토 방위입니다. 전지구적 차원에서 미사일방어체제(MD)를 구축하고 테러범에 대한 검문검색을 강화하는 조치들입니다. ‘매우 중요한 이익’으로는 유라시아 강대국들과 강력한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과 안정적이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걸프만의 원유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만약 유라시아가 전쟁 중이거나 강도 높은 안보 경쟁에 돌입하게 될 경우 화생방무기나 핵무기가 확산될 것이고 이는 미국의 번영에 큰 장애로 작용하게 될 것입니다. ‘중요 이익’으로는 국제 경제를 개방하고, 민주주의를 견고하게 다지고, 인권을 유지하는 것, 그리고 중대한 기후 변화가 초래되지 않는 것입니다. 미국이 설정한 이익의 순서는 인과관계에 따라 사활적 이익에서 중요한 이익의 방향으로 진행되게 됩니다. 예를 들어 걸프만의 원유와 온실가스 협력이 상충될 경우 미국은 걸프만의 원유를 선택하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걸프만의 원유가 걸프 지역의 패권에 놓이게 되면 미국의 개방과 번영은 위기에 봉착하게 될 것이지만 온실가스나 민주주의 확산은 그들의 안정과 번영을 ‘증진’시키는 수준에만 관계될 뿐이기 때문입니다.

군사력의 사용도 기준이 있습니다. 직접적 무력의 사용은 ‘사활적 이익’과 ‘매우 중요한 이익’에 국한시키고 있습니다. 이라크 전쟁이나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경우가 바로 이에 해당합니다. 반면 민주주의 확산이나 온실가스 방출 제한의 문제에는 군사력의 사용이 효율적이지도, 효과적이지도 못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간접적인 무력을 사용합니다. 미국은 때로는 패권국가로서, 때로는 경찰국가로서, 때로는 청교도국가로서 천의 얼굴을 가졌습니다. 그만큼 일도 많고 탈도 많다는 의미이고 기운도 세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미국은 미국(迷國)입니다.

경북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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