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만원 세대, 그래도 절망하지 않는다>
매체명 : 연합뉴스   게재일 : 2009-12-29   조회수 : 4654
위기의 청년 세대-출구를 찾다 출간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요즘 청년들에게는 88만원 세대, 이태백 등 우울한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불안정한 경제 상황과 극심한 경쟁, 사회적 외면으로 궁지에 내몰린 처지를 반영하는 말들이다.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강원택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문상현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등 학자 9명은 위기의 청년 세대-출구를 찾다(나남 펴냄)에서 청년 세대의 현위치와 탈출구를 찾아 나섰다.

저자들은 젊은 세대가 질식당하고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명문대로 꼽히는 학교 학생들이나 그렇지 못한 학생들이나 취업이라는 치열한 경쟁에 일찌감치 뛰어들어 스펙 관리에 나선다.
청년들이 지나친 경쟁을 강요당하는 원인으로는 세계화가 꼽혔다.

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시대 청년들을 빅맥 먹는 이태백으로 표현하면서 이들이 세계화한 세계에서 개방과 적자생존의 원칙, 경쟁 이데올로기만 익히며 자라다 보니 철저한 개인주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고 꼬집었다.

젊은이들은 부모 세대가 바라듯이 경쟁력 있는 개인이 되기를 희망하는데, 문제는 세계화한 세계의 특징인 고용 없는 성장과 소득 불평등이 젊은이들의 희망을 앗아간다는 점이다. 부(富)는 창의적 소수자에게 집중되고 공동체는 해체되고 있다.

청년들의 정치 성향도 논의되는데, 저자들의 시각은 "요즘 젊은이들은 현실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일반적인 관점보다는 긍정적이다. 탈(脫)정치화는 정치와 문화의 불편한 동거시대(문상현)에 20대가 문화소비를 장악한 결과(최샛별)일 뿐이라는 것이다.

"촛불집회 현장에서 기성세대는 어리둥절해진다. 반정부 시위라는데 긴장감이나 격렬함을 느낄 수 없고 오히려 야외 음악 공연장이나 야구장에 온 것 같다"는 강원택 교수의 말처럼 젊은이들은 정치적 저항도 놀이로 하며 예전과 같은 중심 배후세력 없이 인터넷을 통해 결집한다.

민주화 운동 때처럼 추상적이고 거창한 이념을 말하는 게 아니라 구체적인 실생활과 문화에 관심을 보이다 보니 탈정치로 보이나 사실은 여전히 정치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다만 젊은이들이 정당정치나 의회정치보다 인터넷을 통한 여론 정치에 관심을 기울일 뿐이라며 정보기술을 활용해 이들의 관심을 정당정치로 끌어오는 것 역시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내다봤다.

대부분 386세대인 저자들이 서론에서 "젊은 세대로부터 비가(悲歌)를 떠올렸으나 연구를 할수록 상황을 반전시키는 해학과 정서, 집단심이 있는 영가(詠歌)를 만나게 됐다"고 털어놓았듯이 절망적인 시대의 젊은 세대를 바라보는 이 책의 시선은 대체로 낙관적이다.

이들은 청년 세대에만 변하기를 요구하지 않고 "청년 세대가 착취와 관리 대상에서 벗어나 숨 쉬는 작은 공간을 만들라"고 기성세대를 재촉한다.

청년 세대의 진취적 코드를 읽어내고 창의 산업을 활성화해 젊은 세대의 문화자본이 폭발하는 기폭제를 마련하는 것, 20대 젊은이들이 정당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정책 결정자가 되도록 이끌라는 것이다.

400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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